“2011년 연극 ‘레드’ 국내 초연 당시 ‘자식은 아버지를 몰아내야 해. 존경하지만 살해해야 하지’라는 대사를 듣는 순간 꼭 마크 로스코를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배우 정보석(사진)은 이번 ‘레드’ 공연에서 자청해 로스코 역을 맡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객석에서 본 로스코와 무대에서 연기하는 로스코는 달랐다.

그는 “로스코는 3개월 이상 연기하면 못 견디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감당이 안 되는 사람”이라며 “공연이 끝날 때까지 그를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까지 예술혼을 완성한 그의 삶이 너무 무겁게 다가온다는 의미였다.

연극 ‘레드’는 로스코가 1958년 미국 뉴욕 시그램빌딩 최고급 식당인 ‘포시즌스’에 들어갈 그림을 거액에 의뢰받고 2년간 벽화 40장을 완성했다가 돌연 계약을 파기한 실제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로스코는 ‘입체파’라는 아버지 세대를 딛고 새로운 미술 사조인 추상표현주의를 연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앤디 워홀로 대표되는 ‘팝아트’의 등장에 괴로워한다.

정보석은 “‘아버지를 몰아내야 해’라고 말하면서도 막상 젊은 세대가 치고 들어오자 로스코도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게 작품의 백미”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