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정부, 탄소배출권 할당량 늘려달라"
산업계가 한목소리로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탄소배출권)의 할당량을 늘려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국가 전체의 탄소 감축량 목표치도 과도하다며 현실적으로 조정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5개 업종별 협회 및 발전·에너지 기업 38곳과 함께 “정부는 탄소배출권을 재할당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공동성명서를 20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2009년에 정부가 2020년까지 한국 전체의 탄소배출량을 전망치 대비 30% 절감한다는 목표를 유엔에 제출한 뒤 달성 불가능한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탄소배출권을 업계 요구보다 20%가량 적게 할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때문에 석유화학과 비철금속, 시멘트 등 일부 업종에서는 공장 가동을 줄여야 할 상황이어서 환경부를 상대로 할당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2009년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진하던 이명박 정부의 국정 지침에 따라 산업계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정책을 마련했다. 2012년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525개 업체에 탄소배출량을 평균 20.2% 줄이도록 했다. 업체별로 부족한 탄소배출권은 올해부터 시행한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시장에서 사올 수 있도록 했지만 전체 배출권 규모가 부족해 배출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할당받은 배출권을 초과하는 업체는 현재 t당 1만원 선인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내년 6월부터 t당 3만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54개 업체가 환경부를 상대로 “탄소배출권 할당량을 늘려달라”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전경련 등은 국가별 탄소 감축량 목표치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2020년 이전까지의 탄소 배출량 전망치를 잘못 측정한 만큼 다음달 유엔에 제출하는 2020년 이후 목표치는 제대로 산정해야 한다”며 “배출 전망치 재산정 과정에서 산업계와 해당 전문가의 객관적인 분석이 반영돼 현실적인 목표치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오는 9월까지 탄소 배출량 목표치를 자율적으로 유엔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현재보다 줄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은 다음달 유엔에 2020년 이후의 배출량 목표치를 제출할 예정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