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미래부의 '데이터 요금제' 생색내기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9일 여당인 새누리당과 당정 협의에서 최근 통신 3사의 데이터 요금제 출시에 따른 가계 통신비 절감 효과를 연간 최대 1조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밝혔다. ‘음성·문자 무제한 서비스’ 제공에 따른 혜택이 7000억원 정도이고 약정 없는 요금제 가입에 따른 효과가 3600억원가량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래부는 음성 무제한 요금이 기존 5만1000원에서 2만9900원으로 41.4% 인하돼 음성 위주 이용자의 통신비가 연간 최대 7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데이터를 거의 쓰지 않는데도 음성 통화가 많아 비싼 요금을 내던 영업사원, 대리기사, 콜센터 개인상담원, 주부 및 중장년층 등 약 300만명(통신 3사)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 고객이 모두 데이터 사용량이 월 300메가바이트(MB)에 불과한 최저 요금제로 갈아타는 것을 전제로 산출했다. ‘최대’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다.

하지만 이동통신 데이터 사용량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통신비 부담이 줄 것으로 단언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래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월 평균 500MB 수준이던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이 지난 3월 현재 2.25기가바이트(GB)로 4배 이상 급증했다. 한 이통사 임원은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올해는 가입자당 매출(ARPU)이 다소 하락하겠지만 내년부터 (데이터 사용량 증가 추세로)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약정하지 않고 휴대폰을 이용해온 230만여명이 ‘데이터 요금제’로 갈아타면 연간 3600억원 정도의 통신비를 절약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도 기준이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미래부는 2년 약정시 월평균 할인액(1만3000원)에다 12개월을 곱하고 이를 230만명에게 단순 적용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무약정 고객은 가입 당시 약정할인 기간(30개월)이 지났는데도 잘 모르거나 혹은 귀찮아서 스스로 요금제를 바꾸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출시된 데이터 요금제도 고객이 가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결코 획일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게 아니다.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 효과만을 강조하기 위해 미래부가 무리하게 절감액을 산출했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호기 IT 과학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