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 사업구조 개편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 중인 ‘사업재편지원특별법’(일명 원샷법)이 정작 알맹이는 모두 빠진 ‘맹탕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한경 보도에 따르면 당초 정부는 인수합병 촉진을 위해 주식매수청구권 예외 인정, 지주회사 규제완화, 세제지원 등을 포함시키려 했지만 특혜 시비 등을 우려해 모두 빼기로 했다는 것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의 경우 상장사 주주에는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었다. 하지만 ‘주주권리 침해 우려’가 제기되면서 관계부처가 부정적 의견을 보여 ‘예외 불가’로 굳어지는 분위기라고 한다. 합병이나 분할 시 과세이연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완화해주려던 것도 세수부족과 비과세·감면 축소 기조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무산될 위기다. 지주회사 관련 규제완화 역시 대기업 특혜 논란을 의식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뤄질 것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원샷법’이 당초 취지에서 크게 후퇴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기업을 보는 부정적인 사회분위기 탓이다. 우리 사회에는 기업을 백안시하는 반기업정서가 만연해 있다. 기업에 대한 적대감이 확산되면서 기업 지원은 곧 특혜로 인식될 정도다. 법인세 인하는 무조건 ‘부자감세’라며 툭하면 법인세 인상을 요구하는 일부 정치권의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원샷법’을 만든다고 생색은 내놓고 정작 중요 내용은 모두 슬며시 빼고 있는 것도 괜히 “정부가 기업 봐준다”는 오해를 사기 싫어서다. 법 적용 대상에서 대기업을 아예 제외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이런 유명무실한 법을 만들면 뭐하나. 정부는 이달 말 공청회를 열고 ‘원샷법’ 초안을 공개, 내달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설사 국회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실효성 없는 ‘빈껍데기 법’이 될 게 뻔하다.

일본은 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해 1999년 ‘산업활력법’을 제정했다. 최근 일본 제조업 부활은 아베노믹스 영향도 있지만 제조업에 활력을 불어넣은 이 법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에서는 되는 ‘원샷법’이 왜 우리는 안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