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학력 위조로 파문을 일으켰던 신정아 씨(사진)가 8년 만에 독립 큐레이터로 복귀한다.

신씨는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경기 부천시 석왕사 천상법당에서 오는 24일부터 6월28일까지 열리는 가수 조영남 씨의 현대미술 기획전 ‘조영남이 만난 부처님’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학력 위조와 공금횡령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신씨는 한동안 서울에 거주하며 자숙했다. 2011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정운찬 전 총리 등의 실명이 등장하는 에세이집《4001》을 출간해 또다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1997년 금호미술관 큐레이터 시절 조씨를 처음 만났다는 그는 “조 선생님은 2007년 내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지면이 주어질 때마다 ‘신정아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고 말해줘 힘이 됐다”며 “그 고마운 마음이 8년 만에 나를 다시 큐레이터로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이번 전시에 대해 “미국 유학 시절 신학대학을 졸업한 조 선생님이 그림 속에서 부처님 옷을 입고 십자가를 들고 있다. 불교도 아닌 것이, 기독교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천주교라고도 할 수 없는 복합적인 종교에 자신의 자화상을 그려놓았다”며 “결국 이 세상 모든 종교는 하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종교란 곧 나 자신을 말하는 것”이라며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결국 자신을 알아가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씨는 18년간 조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2007년 사건 당시 조씨는 “신정아가 학위 없이도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문화계에 큰 공을 세웠다”고 발언해 화제가 됐다. 신씨는 앞으로 기회가 있고 여건이 허락된다면 다양한 현대미술 전시를 통해 관람객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현대미술에 관심을 갖고 미술관과 화랑을 찾아다녔습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각고의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큐레이터 신정아’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장이 생긴다면 기꺼이 응하겠습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십자가를 들고 있는 부처, 조씨의 자화상 등 작품 30여점이 걸린다. 전시와 더불어 조씨의 콘서트가 24일 오후 2시에, 작가와의 대화가 6월13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작품 판매 수익금은 다문화가정 어린이 지원에 사용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