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기 양평군 양수리에 있는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묘소 인근에서 10주기 추모조형물 제막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박종서 전 현대자동차 부사장, 연만희 유한양행 고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김철수 포니정재단 이사장, 노신영 전 국무총리, 정상영 KCC 명예회장, 박영자 여사, 조르제토 주지아로 이탈디자인주지아로 명예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현대산업개발 제공
20일 경기 양평군 양수리에 있는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묘소 인근에서 10주기 추모조형물 제막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박종서 전 현대자동차 부사장, 연만희 유한양행 고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김철수 포니정재단 이사장, 노신영 전 국무총리, 정상영 KCC 명예회장, 박영자 여사, 조르제토 주지아로 이탈디자인주지아로 명예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현대산업개발 제공
20일 오전 10시 경기 양평군 양수리에 있는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묘소 인근. 정 명예회장의 부인인 박영자 여사와 정상영 KCC 명예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현대가(家)를 포함해 참석자 100여명이 모이자 흰색 천에 가려진 화강암 조형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회색 화강암 정면에는 정 명예회장의 웃는 모습이, 뒷면엔 그의 분신인 ‘포니’ 자동차가 새겨져 있다. 화강암 한쪽에는 “그 길을 달리는 내 차 또한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는 정 명예회장의 어록을 새겨 자동차산업에 대한 고인의 애정을 담았다. 이날 행사는 21일로 타계 10주기를 맞은 정 명예회장을 기리는 추모 조형물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넷째 동생인 정 명예회장은 초기 한국 자동차산업을 이끌며 ‘포니 정’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1967년 현대자동차 사장에 취임한 그는 1975년 국내 첫 양산형 고유 모델인 포니를 시작으로, 엑셀 쏘나타 등 1980~1990년대 인기를 끈 차종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1990년대 후반에는 터키와 인도에 해외 공장을 준공, 한국 자동차산업의 세계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57년 미국 마이애미대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현대건설에 입사한 그는 자동차 사업을 위해 “미국 포드자동차와 접촉하라”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지시를 받은 뒤 32년간의 자동차 인생을 시작했다. 1968년 포드에서 제공받은 기술을 바탕으로 현대자동차의 첫 모델인 코티나를 생산했다. 하지만 국내 실정에 맞는 소형차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며 고유 모델 개발에 뛰어들었다. 폭스바겐의 골프 등을 디자인한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에게 디자인을 맡기는 등 당시로선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국민 공모로 진행한 모델명 선정에 약 6만장의 응모 엽서가 들어오는 등 관심도 뜨거웠다.

현대자동차 디자인 부사장을 지낸 박종서 씨는 “1973년 1차 오일쇼크 직후에 독자모델 개발에 나선 것은 용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당시부터 디자인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분”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도전정신은 2005년 설립된 포니정재단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재단 설립 이후 지금까지 국내 학생 280여명과 베트남 학생 440여명이 장학금을 받았다. 기초학문의 토대 없이는 산업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는 그의 뜻에 따라 신진 학자들에게 매년 연구비와 출판비도 지원하고 있다. 2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추모식이 열린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