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21일 한반도 통일에 대해 "독일은 대화의 정치와 긴장 완화를 초석으로 통일을 이뤘다"며 "다만 통일 후 구조개혁이 너무 늦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날 서귀포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주포럼에서 권영세 전 주중 대사와 '독일 통일 이후 구조개혁과 한반도 통일의 성공조건'이란 주제로 대담하는 자리에서 "구조개혁은 초기 고통을 수반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성공을 가져올 것"이라며 독일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장벽만이 동·서독을 갈라놓은 것이 아니라 사회, 경제, 사람들의 머릿속 모두에 장벽이 있었다"며 2003년 자신이 시행한 경제·사회 개혁 프로그램 '어젠다 2010'이 독일 통일 후 필요했던 구조개혁을 완성, 분단을 극복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 후에는 시급한 문제가 많았고, 경제·사회통합을 위한 복잡한 과정이 불가피했다"며 통일 직후 구조개혁을 추진하지 못한 점을 비판하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전제한 뒤 "통일 후 10여년이 지나서야 어젠다 2010이 관철됐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개혁이 너무 늦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독일의 눈부신 발전은 어젠다 2010 때문만이 아니라 독일 경제의 중추인 중소기업이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여 세계시장으로 도약했고, 이원직업교육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배경이 함께 작용해 성공을 이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대기업에 대한 중소기업의 종속성을 낮추고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술력을 높이는 등 자립성을 높여야 하며, 독일처럼 노사가 함께 회사의 중요한 사항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독일은 정부가 교육과 연구에 투자를 늘려 경쟁 우위를 높일 수 있었으며 노동시장을 탄력적으로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해냈다고 강조했다.

또한 부당해고 방지 규정 완화, 파견직 근로 간소화, 연금 개혁, 재정상황 개선, 소득세·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고용을 강화함으로써 실업자가 많이 줄어들고 국가재정이 흑자를 기록하게 됐다며 "초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구조개혁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반도 통일에 대해 북한이 남한 체제로 편입되는 식으로 진행해 민주주의 사회가 돼야 한다며 "그래야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독일 통일 때도 경제·사회통합을 위해 엄청난 돈이 서독에서 동독으로 넘어갔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동독 주민의 대규모 유출을 막지 못했을 것"이라며 북한 주민 유출을 막으려면 북한 주민들이 일자리를 갖고 북한에 남아있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의 관점에서 본 중국과 북한의 관계에 대해서는 "북한 정권이 유지되는 것이 중국에는 장기적으로 이익"이라며 한반도의 통일에 대한 동의를 중국에서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구조 개혁은 고통스럽고, 국민에 인기 없는 정책이 될수도 있지만 정치인이라면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필요하다면 재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정책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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