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사업자의 가세로 데이터 요금 경쟁이 더 뜨거워졌다. 서비스 신뢰도를 내세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반값 데이터 요금제를 내세운 알뜰폰 사업자 간 가입자 뺏기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학생 노년층 등 저가 요금제 사용자에 그쳤던 알뜰폰 가입자의 저변이 넓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동통신 3사의 데이터 요금제 가입자는 5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20일 최저 월 2만원대에 유·무선 음성통화를 무제한 제공하는 ‘밴드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은 SK텔레콤은 출시 첫날에만 15만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가장 먼저 데이터 요금제를 내놨던 KT도 열흘 만에 25만명의 데이터 요금제 가입자를 확보했다. LG유플러스의 데이터 요금제 가입자도 1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음성통화와 문자를 무제한 제공하는 1만원대의 알뜰폰 데이터 요금제가 나오면 시장 상황이 급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사용량이 많지 않은 통신 가입자들이 알뜰폰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뜰폰 사업자들의 경쟁력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알뜰폰이 나온 지 4년 만에 가입자가 500만명을 넘어섰지만 27개 사업자 대다수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가 데이터 요금제로 가입자 확보가 훨씬 쉬워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최근 기존 통신사들의 데이터 요금제가 출시되면서 알뜰폰 위기설이 나오기도 했다. 요금경쟁력이 약화된 탓이다. 예를 들어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이 팔고 있는 ‘헬로스마트 37’ 요금제는 월 요금 3만7000원(부가세 별도)에 음성 200분(망내외), 문자 350건, 기본 데이터 500MB를 제공한다. 음성·문자 무제한, 기본 데이터 300MB를 제공하는 통신 3사의 최저 요금제(월 2만9900원)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날 도매대가 인하와 전파사용료 추가 면제 등을 핵심으로 한 알뜰폰 활성화 대책도 내놨다. 알뜰폰 사업자가 망을 빌려주는 기존 통신사에 내야 하는 망 사용료(도매대가)를 작년 대비 음성통화는 10.1%(분당 39.33원→35.37원), 데이터는 31.3%(MB당 9.64원→6.62원) 인하하기로 했다. 스마트폰 정액요금제에 대한 수익 배분 비율도 알뜰폰에 유리하게 재조정했다. 연간 300억원에 달하는 알뜰폰 전파사용료의 감면 기한도 오는 9월에서 내년 9월까지 1년 연장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