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단독 인터뷰] 울리히 쾨르너 UBS자산운용 회장 "한국인 지나치게 국내투자 편중…앞으로 10년간 저금리 지속"
“한국인의 금융자산에서 자국 내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위험 분산이나 수익률 측면에서 해외 투자는 이제 필수죠.”

울리히 쾨르너 UBS자산운용 회장 겸 UBS그룹 유럽·중동·아프리카지역 대표(53·사진)는 21일 서울 여의도 하나UBS자산운용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의 주식·채권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 세계의 2%도 되지 않는데, 국내에만 치중하면 98%의 투자 기회를 잃는다는 논리다.

쾨르너 회장은 “앞으로 10년간은 지금과 같은 글로벌 저금리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주식과 채권, 부동산, 인프라 등 자산을 다변화하는 게 수익률을 높이는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24개국에 진출한 UBS자산운용은 총자산 680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선두권 자산운용사다.

[한경 단독 인터뷰] 울리히 쾨르너 UBS자산운용 회장 "한국인 지나치게 국내투자 편중…앞으로 10년간 저금리 지속"
▷올해 글로벌 증시를 전망한다면.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증시가 전체적으로 괜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물 경기가 뒷받침해주고 있는 미국을 제외하고 대부분 양적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유럽에서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놓고 논의가 활발하지만 이 사안 자체가 유럽 증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만한 변수는 아니다.”

▷주식 투자가 유망하다는 뜻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가 너무 많이 올랐다. 대부분 채권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증시로 유입됐다. 증시를 떠받친 건 경기 회복이라기보다 유동성이었다. 지난 수년과 같은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채권 가격도 비싸다. 얼마 전 독일 국채 가격이 일시 급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식·채권 모두 비싸다면 대안은.

“대안은 분산 투자다. 주식과 채권뿐만 아니라 변동성이 낮은 부동산과 헤지펀드, 인프라 등에 좀 더 관심을 가질 때다. 특히 대체투자시장은 가장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분산 투자를 통해 연금펀드와 같은 장기투자 상품에선 연 5~6%의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다.”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는데.

“올해 안에 한 번 정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인상폭은 시장 예상치보다는 작을 것 같다. 이 때문에 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채권시장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선진국 채권의 매력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선진국과 신흥국 중 유망 투자처를 꼽는다면.

“주식 투자 관점에서 본다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더 좋게 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신흥국에서도 투자 기회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곳이 중국이다. 최근 들어 우리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나라다.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터키도 나쁘지 않다.”

▷일본 ‘아베노믹스’를 어떻게 평가하나.

“단순히 엔저 기조가 일본 경제를 살리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정부 및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닛케이지수도 그래서 급등했다. 실로 오랜만에 일본 기업 직원들의 임금이 인상되고 있다. 속단하긴 이르지만 많은 지표들은 일본 경제의 분명한 회복을 가리키고 있다. 다만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이 속도를 내야 아베노믹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

▷한국시장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 증시는 매력적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실적으로 증명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 채권엔 항상 관심을 갖고 있다.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서다. 한국은행이 달러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국채의 안정성도 높다.”

▷UBS는 자산관리업계의 리더다. 최근 시장 변화가 있다면.

“금융투자 부문이 세분화하고 또 정교해지는 게 요즘 추세다. 고객 수준이 높아지는 만큼 과거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려면 자산운용사들이 더 글로벌화해야 한다.”

▷해외상품 종류가 많아져야 한다는 뜻인가.

“한국에선 개인 자산 대부분이 자국 내에 묶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안정성과 수익률을 감안할 때 해외로 나가야 한다. 똑같은 아시아권이지만 홍콩 싱가포르 일본만 해도 해외투자 비중이 높다. 한국 투자자들은 지난 수년간의 해외증시 급등 장세에서도 소외되지 않았나.”

▷국내 운용사가 86곳이다. 해외 진출을 위한 조언을 해준다면.

“운용업의 글로벌화는 매우 긴 여정이다. 단기간에 승부를 내려고 해선 안된다. 1~2개 지역에 집중해서도 곤란하다. 우리는 젊은 인재를 키우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이들에게 가급적 많은 선택권을 주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 당국 노력도 필요하다. 예측 가능한 규제를 해야 하고 운용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토양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글=조재길/허란·사진=신경훈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