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 캐스팅 '프로듀사', 시청자 입맛잡기 일단 성공
‘본격 예능 드라마’를 표방하며 야심 차게 시작한 KBS 2TV ‘프로듀사’는 올해 안방극장 최고의 핫 이슈다.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의 김수현(사진)과 박지은 작가가 1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란 점에서 일찌감치 큰 관심이 쏠렸다.

출발은 일단 순조롭다. 시청률 면에서 그렇다. 금·토요일 오후 9시15분에 방영하는 12부작으로 편성한 이 작품의 지난 15일 첫 방송 전국 시청률은 10.1%(이하 닐슨코리아 기준), 2회는 10.3%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두 자릿수 시청률은 화제성으로 시선 몰이에 성공했음을 입증하는 1차적인 지표다.

반면 작품 내용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초호화 캐스팅에 볼거리와 재미가 풍성하다는 호평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이 동시에 쏟아졌다. 이제 막 첫발을 뗀 ‘프로듀사’의 강점과 위험 요소를 들여다봤다.

최대 강점은 초호화 캐스팅이다. ‘해를 품은 달’ ‘별그대’를 통해 톱스타로 발돋움한 김수현에 ‘로코(로맨틱 코미디)퀸’ 공효진, 뭘 해도 재미를 준다는 차태현과 ‘국민 여동생’ 아이유가 한데 모였다. 연기 호흡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각자 캐릭터를 잘 소화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박지은 작가와 서수민 PD, 표민수 PD가 손잡은 제작진도 막강하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박 작가와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이끈 서 PD의 조합은 현실감 넘치는 유머의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여기에 ‘거짓말’ ‘풀하우스’ 등에서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을 선보인 표 PD의 드라마 감각까지 더해졌다.

‘예능 드라마’라는 새로운 콘셉트도 신선하다. 그저 예능이 녹아든 드라마와는 다르다. 드라마라는 속성 자체는 유지하면서 예능국의 실제 모습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며 그 자체를 재미로 삼고 있다. 이전 드라마에서 배경으로 나왔던 방송국은 극의 전개를 위한 차용적 이미지로만 그려졌지만 ‘프로듀사’는 이를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첫회에서는 신입사원 김수현을 중심으로 주요 인물들의 관계를 보여준 뒤 2회에서는 예능 PD 차태현과 공효진의 애환을 전개했다. 예능 프로처럼 다채로운 인물에게 시선을 던진 것이다. 신입사원들에게 큰소리를 치던 공효진이 아무도 보지 않는 데서 스타 아이유에게 굴복하는 모습으로 스타와 PD 간 관계 역전을 재치 있게 보여줬다. 이승철 백지영 김범수 김연우 알리 등 ‘초호화 라인업’ 가수들이 들려주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은 덤이다.

가장 큰 위협 요인은 역설적으로 이런 강점들에서 비롯된 시청자의 높은 기대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새로운 콘셉트의 ‘예능 드라마’라지만 예능과 드라마의 경계선상에서 시청자들이 느끼는 낯섦을 얼마나 빨리 익숙함으로 바꿀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