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오, 희대의 사기극인가 바이오산업의 총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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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내츄럴엔도텍’ 파문…유해성 두고 식약처·소비자원까지 대립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9위의 기업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데는 채 보름도 걸리지 않았다. ‘백수오’ 추출물로 국내는 물론 세계 바이오·제약 시장의 총아로 떠올랐던 내츄럴엔도텍 얘기다. ‘가짜 백수오’ 판정에 강력히 반발하던 기세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종 검증 이후 ‘사과문’ 발표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게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주장도 여전히 살아 있다. 백수오 논란의 진실과 오해를 짚어본다.
4월 15일 종가 기준으로 9만1000원, 이튿날인 4월 16일 9만1200원으로 최고가 경신. 하지만 기록 행진은 거기까지였다. 코스닥 시장의 ‘아이돌’로 불리며 한때 시가총액 기준으로 9위까지 올랐던 내츄럴엔도텍(이하 엔도텍)의 주가는 4월 22일 이후 바닥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곤두박질치는 중이다. 5월 8일 현재 종가 기준으로 엔도텍의 주가는 1만7850원.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던 회사의 주가는 불가 보름 만에 5분의 1토막이 나 버렸다.
최고점 기준으로 1조7600억 원에 달했던 시가총액도 어느새 3451억 원으로 푹 꺼졌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대로 가다간 재기는커녕 상장폐지나 청산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퍼진 지 이미 오래다.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던 증권사들도 하나같이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고 있다. 이 모든 혼란은 ‘백수오’라고 부르는 천연 식물 소재에서 시작됐다.
바이오 총아에서 문제아 신세 된 ‘백수오’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은 4월 22일 ‘시중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상당수가 가짜’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발표해 ‘가짜 백수오’ 논란에 불을 지폈다. 소비자원은 “백수오가 갱년기 장애 개선, 면역력 강화, 항산화 효과 등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중·장년 여성층을 중심으로 관련 제품의 소비가 급증하고 있지만 시중 유통 제품의 대부분이 식품에 사용이 금지된 ‘이엽우피소’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가짜 백수오에 관한 소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3년 대한한의사협회 등이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의 상당수가 진품이 아닌 이엽우피소라는 진정을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낸 적도 있다. 그 사이 언론을 통해서도 간간이 관련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에 식약처에 신고된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추정 사례를 보면 ‘백수오 등 복합 추출물’ 제품 관련 사례가 301건(약 17%)으로 전체 2위를 차지했다. 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 관련 제품을 직접 수거해 조사에 나선 것도 이런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소비자원이 시중에서 거둬들인 백수오 관련 제품은 모두 32개로 이들 제품의 성분 분석에 나섰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전체 32개 제품 중 100% 백수오만을 원료로 사용한 제품은 3개에 불과했다. 이엽우피소만 사용한 제품도 12개에 달했고 이엽우피소와 백수오 두 가지를 혼합한 제품은 9개인 것으로 드러났다. 완제품에서 이엽우피소를 섞었는지 확인하지 못한 제품은 8개였는데, 그중 2개 제품(일반 식품)은 제조 공법상 유전자 검사가 가능했지만 표시와 달리 백수오가 검출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100% 백수오만 함유됐는지 확인이 안 되는 제품은 나머지 6개다. 사건의 발단은 바로 이 6개 제품에서 시작됐다. 이엽우피소 혼입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6개 제품은 제조 공법상 최종 제품에서 DNA를 확인할 수 없는 제품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천연 식물 상태의 백수오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이를 농축해 얻은 물질을 원재료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백수오 자체가 아니라 백수오를 달여 얻은 물질을 원재료로 썼다는 뜻이다. 이는 마치 홍삼액에서 홍삼의 DNA가 검출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백수오를 달여 얻은 원재료의 정식 명칭은 ‘백수오 등 복합 추출물’이다. 상품명은 에스트로지(EstroG)인데, 이를 생산해 낸 업체가 바로 논란의 중심인 엔도텍이다.
완제품에서 ‘가짜 백수오(이엽우피소)’ 성분을 찾아내지 못한 소비자원은 3월 26일 경기도특별사법수사단과 함께 경기도 이천의 엔도텍 공장을 전격 방문했다. 사전 고지도 없는 방문에 당황한 공장 관계자들이 본사에 연락을 취했지만 당시만 해도 이엽우피소 논란을 예상하지 못한 본사는 소비자원의 방문과 시료 채취를 허락했다.
엔도텍, 소비자원 발표에 강력 대응
엔도텍이 소비자원의 연락을 받은 것은 그로부터 며칠 후다. 이천 공장에서 수거해 간 백수오에서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는 전화 연락이었다. 소비자원은 이와 함께 엔도텍이 보관 중인 백수오 28톤 전량을 폐기 처분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소비자원과 엔도텍 관계자가 직접 만나 사태를 논의한 것은 모두 세 차례다. 언론 보도가 나가기 전인 4월 8일에 한 차례, 4월 9일에 두 차례 등 총 세 번의 간담회를 열어 서로의 견해를 확인했다. 두 곳의 날 선 공방이 이어진 것도 이때부터다. 엔도텍은 소비자원의 시험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신뢰할 수 있는 제3의 기관에서 재검사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조사 결과 공표 금지 가처분 신청과 업무방해 소송으로 대응했다. 소비자원도 식약처의 공인 방법과 농림기술평가원이 개발한 방법, 심지어 염기서열 분석에 의한 방법에서도 모두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며 재조사가 불가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업계에선 소비자원과 (식품)기업의 대립을 대단히 이례적인 사례로 본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공공 기관의 조사 결과에 승복하고 해당 기업이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엔도텍이 법적 대응까지 강구하며 강한 반발에 나서자 업계에선 뭔가 확실한 근거나 자신감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진실 게임 양상으로 번지던 공방이 일단락된 것은 4월 30일이다. 식약처는 3월 26·27일에 입고된 엔도텍의 백수오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해당 입고 일자는 소비자원이 수거해 간 백수오의 입고일과 같은 날이다. ‘소비자원의 이엽우피소 검출 결과를 믿을 수 없고 식약처의 결과만 인정하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던 엔도텍으로선 충격적인 결과였다.
마지막까지 믿었던 식약처 발표에서마저 이엽우피소 검출이 확인된 마당에 엔도텍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없었다. 엔도텍은 즉각 김재수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문제가 여기서 끝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소비자원이 반격에 나섰다. 소비자원은 “2014년 12월 17일 이전에 제조·판매한 제품은 이상이 없어 안심하고 섭취해도 된다”는 엔도텍의 대책이 소비자의 피해 배상 범위를 축소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엔도텍의 홈페이지는 소비자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던 그간의 반박 자료가 모두 삭제된 상태다. 그 대신 소비자원이 문제 삼은 해당 사과문과 5월 6일 김 대표이사 명의로 작성된 두 개의 사과문이 걸려 있다. 엔도텍은 현재 창고에 보관 중인 백수오 원료 28톤뿐만 아니라 보관 중인 모든 백수오 원료도 소각·폐기하려다 검찰의 지시로 보류한 상태다. 이와 함께 소비자원을 상대로 낸 민형사 소송을 모두 철회했고 소비자원의 업무와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가짜 백수오 논란은 검찰의 손에 넘어간 상태다. 소비자원은 가짜 백수오 관련 보도 자료를 처음 배포한 4월 22일에 일찌감치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도 사회적 파장을 의식한 듯 식품위생법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 수사 ‘고의성’에 초점 맞출 듯
해당 기업이 바짝 엎드리며 사과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이엽우피소 검출이 사실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제조·판매한 제품에는 이상이 없다”는 엔도텍의 주장도 바뀌지 않았다. 검찰의 수사도 ‘고의성’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논란의 초점이 된 이엽우피소의 유해성도 함께 검증할 방침이다.
건강기능식품 업체 혹은 재배 농가가 백수오 대신 이엽우피소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가격 때문이다. 백수오는 재배 기간이 2~3년인데 비해 이엽우피소는 생육이 빨라 1년이면 수확할 수 있다. 가격도 백수오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외관상 차이도 거의 없다. 실제로 이엽우피소를 재배하는 농가에서도 ‘외래 도입종’으로 알고 키우는 경우가 많을 정도다. 엔도텍이 질 나쁜 원재료를 싼값에 사들여 생산원가를 낮추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엔도텍이 정말로 원가절감 차원에서 가짜 백수오를 섞어 썼는지는 앞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하지만 단순히 원재료비 절감만으로 엔도텍의 위법행위를 설명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남는다. 현재 엔도텍이 보관 중인 백수오는 충북 제천의 영동약초영농조합이 생산해 낸 물량이다. 엔도텍은 창업 초기부터 농촌진흥청으로부터 확보한 백수오 종자를 영동약초조합에 제공했고 지금까지 100% 계약재배로 물량을 확보해 왔다. 안정적인 수급처 확보를 위해서다.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으니 가격 경쟁력도 갖출 수 있었다. 심지어 시중에 유통 중인 이엽우피소보다 싼값에 구매할 수 있었다는 게 엔도텍 측의 주장이다.
재배 농가로서도 든든한 판로가 받쳐 주니 생산량 확대에 주저하지 않았다. 제천시도 농가 수입 증대의 모범 사례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4월 27일에는 제천시 백수오 재배 농민 40여 명이 소비자원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소비자원은 엔도텍의 자체 검사 성적서에서도 이엽우피소 검출 사례가 빈번하게 발견된다며 고의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엔도텍도 이를 인정한다. 지금까지 자체 검사를 통해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사례는 모두 6번이며 그때마다 해당 원료를 반출시켰다는 게 엔도텍의 설명이다. 이엽우피소 검출 사례는 사실이지만 철저한 자체 검사를 통해 오히려 위험 요인을 관리해 왔다는 주장이다. 엔도텍과 계약하지 않은 농가가 판로를 찾지 못한 끝에 이웃한 계약재배 농가에 자신의 수확물을 함께 끼워 팔아 달라는 부탁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이엽우피소가 섞여 들어갔다는 게 당시 엔도텍의 자체 조사 결과였다.
식약처의 최종 판정이 나오기 전까지 엔도텍이 유례없는 강경 대응에 나섰던 데는 그간 알려지지 않은 속사정도 있었다. 소비자원의 발표가 나자 식약처는 즉각 해당 재료의 대량 수거에 나섰다. 그런데 수거 물량이 너무 많아 샘플 중 일부를 엔도텍에 반송했다고 한다. 엔도텍은 곧장 해당 샘플의 재조사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도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던 것이다. 전수조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소비자원의 주장대로 이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는 일말의 우려가 사라진 계기였다. 회사로선 쾌재를 부를 만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런 기쁨도 잠시, 식약처의 공식 발표로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이엽우피소 유해성 여부도 의견 분분
일부러 이엽우피소를 집어넣었느냐 아니냐를 떠나 이엽우피소 자체의 유해성 여부도 여전히 논란이다. 이엽우피소와 백수오는 모두 박주가리과에 속한다. 잎 모양으로는 확연히 구분되지만 약용으로 쓰이는 뿌리는 외관상 큰 차이가 없고 약재로 쓰기 위해 말려 놓으면 구분하기가 더욱 어렵다. 일각에선 약효에도 큰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백수오를 (한국)재래종, 이엽우피소를 (중국)도입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몇몇 전문가들은 “한국의 생약규격집에는 백수오의 기원 식물로 은조롱(백수오)만이 수록돼 있는데, 백수오 재배 농가 보호와 생약 시장의 유통 질서를 위해 이엽우피소가 추가 수록돼야 바람직하다”고 주장할 정도다.
엄밀히 따지면 현재 국내에서 이엽우피소를 식품 원료로 사용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간 독성·신경 쇠약·체중 감소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연구 보고도 있고 무엇보다 법적으로 식용 근거가 없어 식품 원료로서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소비자원의 주장이다. 소비자원은 또 중국 난징대 의과대학 연구진이 실험용 쥐에게 이엽우피소를 먹인 결과 흥분·짜증·체중 감소와 함께 암컷에서는 혈소판 감소, 수컷은 간 기능 저하, 간세포 이상 증세 및 사망까지 유발됐다는 자료를 덧붙였다.
하지만 소비자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식품 원료 주무부처인 식약처의 견해는 완전히 다르다. “국내에서는 안전성 문제가 아니라 식 경험의 부재나 사용 실태에 대한 자료가 없어 식품 원료로 허용하고 있지 않았다”는 게 식약처의 공식 발표다. 식약처는 이와 함께 “제외국의 식용 사례 및 한국독성학회 자문 결과를 종합할 때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제품의 섭취로 인한 인체 위해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주무 부처인 식약처가 이엽우피소의의 유해성을 지적한 소비자원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셈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독성 식물 데이터베이스에 이엽우피소가 포함돼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인삼도 해당 리스트에 올라 있다”며 “이엽우피소의 유해성을 분석한 자료 자체가 많지 않고 몇몇 논문의 결과도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게 식약처의 견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식품위생법상 허용된 원료가 아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법적 조치는 취해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최경철 한국독성학회 학술부장(충북대 수의대 교수)도 식약처의 주장에 동의했다. 최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동물실험 시 섭취량에 포함된 추출물의 양이 10%를 넘지 못하게 돼 있는데, 난징대 실험은 20%까지 투여됐다”며 “어떤 약도 과다 복용하면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의미한 결과를 뽑아내기 위해 고농도 실험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최 교수는 “식약처로선 의약품과 달리 몇 십만 종에 이르는 식품을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일일이 사전에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번 파문이 식품 독성에 대한 안전성을 더 강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물질 혼입의 고의성·유해성 논란을 떠나 기업이 확보한 기술력과 경쟁력은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계 여성호르몬 관련 시장은 약 109억 달러에 달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여성호르몬 치료 시장을 주도해 왔던 HRT(동물성 호르몬 치료제)는 암·심장질환 유발 같은 부작용 사례가 증명되며 급속도로 위축된 상태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부작용 없는 식물성 치료제 개발에 목을 매는 이유다. 이들이 지금까지 기껏 개발해 낸 치료제들도 FDA 심의 과정에서 탈락되거나 ‘자살 충동’,‘자궁내막 두께 상승과 혈전증’ 같은 경고 문구를 삽입해야 하는 게 대부분이다.
식물성 여성호르몬 시장은 ‘황금 알 낳는 거위’
이런 가운데 엔도텍이 개발에 성공한 에스트로지는 획기적인 식물성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FDA로부터 NDI(New Dietary Ingredient) 인증을 받은 사실이 크게 부각됐다. NDI 인증은 미국 시장에 판매될 새로운 식품 원료에 대해 안전성을 증명하는 절차다.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식용 원료는 NDI 인증을 받아야만 하는데, 한 해 10건 미만에 그칠 정도로 심사 절차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성에 대한 인증을 마치 기능성 인증으로 허위·과장 광고했다’는 주장에 대해 엔도텍 측은 “광고 심의 규정을 준수했으며 NDI 인증을 기능성 인증으로 광고한 적이 결코 없다”고 밝혔다. 현재 캐나다 식약청은 에스트로지의 안전성은 물론 기능성도 인증한 상태다.
에스트로지는 백수오·속단·당귀 등 세 가지를 함께 우려내 뽑아낸 혼합 추출물로 2010년 식약처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엔도텍은 에스트로지가 백수오 관련 건강기능식품의 원재료로 유명해지고 효과를 본 여성들의 구전까지 타면서 2012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1년 창업 첫해 26억 원, 2010년 52억 원에 머무른 매출 규모는 2012년 216억 원, 2013년 841억 원, 작년에는 1241억 원을 기록했다. 2011년에는 지식경제부의 세계 일류 상품에 선정됐고 같은 해 농림수산식품과학기술대상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엔도텍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세계적인 제약사에 에스트로지를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이 이달 중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간 글로벌 제약사들은 특허 자체를 통째로 사들여 원천 기술 기업을 흡수해 버리는 전략을 펴왔다. 엔도텍은 자체 기술과 특허를 유지하며 원료만 납품하는 계약 조건을 맺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국내 업체가 기능성 식품의 원천 소재를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에 공급하는 것은 지금까지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해당 제약사는 지난 1년간 자국에서 에스트로지의 발암 관련 임상에 나서 부작용이 없다는 것을 최종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협상이 아예 무산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파문으로 엔도텍이 상당 부분 불리한 조건을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돋보기
식약처와 소비자원 ‘기싸움’ 왜? 이번 ‘가짜 백수오’ 논란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기관은 또 있다. 유해 식품 판별과 인증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이번 논란에 불을 지핀 한국소비자원이다.
식약처는 식품·농축수산물·의약품·바이오생약·의료기기 등 국민의 삶과 먹을거리 안전 전반을 책임지는 주무 부처다. 1998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을 모태로 2013년 처로 승격됐는데 근무 인원만 1760명에 달하는 대형 조직이다. 이에 비해 소비자원은 공정거래위원회 산하의 정부 출연 기관으로 소비자 피해 구제와 분쟁 조정, 상품 테스트를 통한 시험 검사, 안전·거래 실태 조사 등이 주요 임무다. 이번 이엽우피소 관련 조사는 해당 부서인 식의약안전팀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애초 식약처는 지난 2월 내츄럴엔도텍 백수오 제품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4월 22일 이뤄진 소비자원의 발표는 이런 식약처의 의견을 불과 두 달여 만에 완전히 뒤엎은 결과였다. 이엽우피소의 유해성 논란에서도 양측의 주장은 완전히 엇갈린다. 간독성과 신경쇠약 등의 부작용을 들며 ‘섭취에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는 소비자원의 발표와 달리 식약처는 ‘인체 위해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공식 주장이다.
행정처분도 양측의 주장이 정반대다. 소비자원은 ‘남아 있는 전체 백수오 물량을 폐기 처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비해 식약처는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3월 26·27일 입고 물량만 폐기 조치한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처분이나 처벌은 ‘그럴 것이다’라는 판단으로 하는 게 아니다”며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조치 내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엽우피소의 유해성과 폐기 범위, 행정처분에 이르기까지 두 공공 기관의 기싸움에 결국 소비자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1015호 제공 기사입니다>
최고점 기준으로 1조7600억 원에 달했던 시가총액도 어느새 3451억 원으로 푹 꺼졌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대로 가다간 재기는커녕 상장폐지나 청산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퍼진 지 이미 오래다.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던 증권사들도 하나같이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고 있다. 이 모든 혼란은 ‘백수오’라고 부르는 천연 식물 소재에서 시작됐다.
바이오 총아에서 문제아 신세 된 ‘백수오’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은 4월 22일 ‘시중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상당수가 가짜’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발표해 ‘가짜 백수오’ 논란에 불을 지폈다. 소비자원은 “백수오가 갱년기 장애 개선, 면역력 강화, 항산화 효과 등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중·장년 여성층을 중심으로 관련 제품의 소비가 급증하고 있지만 시중 유통 제품의 대부분이 식품에 사용이 금지된 ‘이엽우피소’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가짜 백수오에 관한 소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3년 대한한의사협회 등이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의 상당수가 진품이 아닌 이엽우피소라는 진정을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낸 적도 있다. 그 사이 언론을 통해서도 간간이 관련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에 식약처에 신고된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추정 사례를 보면 ‘백수오 등 복합 추출물’ 제품 관련 사례가 301건(약 17%)으로 전체 2위를 차지했다. 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 관련 제품을 직접 수거해 조사에 나선 것도 이런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소비자원이 시중에서 거둬들인 백수오 관련 제품은 모두 32개로 이들 제품의 성분 분석에 나섰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전체 32개 제품 중 100% 백수오만을 원료로 사용한 제품은 3개에 불과했다. 이엽우피소만 사용한 제품도 12개에 달했고 이엽우피소와 백수오 두 가지를 혼합한 제품은 9개인 것으로 드러났다. 완제품에서 이엽우피소를 섞었는지 확인하지 못한 제품은 8개였는데, 그중 2개 제품(일반 식품)은 제조 공법상 유전자 검사가 가능했지만 표시와 달리 백수오가 검출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100% 백수오만 함유됐는지 확인이 안 되는 제품은 나머지 6개다. 사건의 발단은 바로 이 6개 제품에서 시작됐다. 이엽우피소 혼입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6개 제품은 제조 공법상 최종 제품에서 DNA를 확인할 수 없는 제품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천연 식물 상태의 백수오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이를 농축해 얻은 물질을 원재료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백수오 자체가 아니라 백수오를 달여 얻은 물질을 원재료로 썼다는 뜻이다. 이는 마치 홍삼액에서 홍삼의 DNA가 검출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백수오를 달여 얻은 원재료의 정식 명칭은 ‘백수오 등 복합 추출물’이다. 상품명은 에스트로지(EstroG)인데, 이를 생산해 낸 업체가 바로 논란의 중심인 엔도텍이다.
완제품에서 ‘가짜 백수오(이엽우피소)’ 성분을 찾아내지 못한 소비자원은 3월 26일 경기도특별사법수사단과 함께 경기도 이천의 엔도텍 공장을 전격 방문했다. 사전 고지도 없는 방문에 당황한 공장 관계자들이 본사에 연락을 취했지만 당시만 해도 이엽우피소 논란을 예상하지 못한 본사는 소비자원의 방문과 시료 채취를 허락했다.
엔도텍, 소비자원 발표에 강력 대응
엔도텍이 소비자원의 연락을 받은 것은 그로부터 며칠 후다. 이천 공장에서 수거해 간 백수오에서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는 전화 연락이었다. 소비자원은 이와 함께 엔도텍이 보관 중인 백수오 28톤 전량을 폐기 처분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소비자원과 엔도텍 관계자가 직접 만나 사태를 논의한 것은 모두 세 차례다. 언론 보도가 나가기 전인 4월 8일에 한 차례, 4월 9일에 두 차례 등 총 세 번의 간담회를 열어 서로의 견해를 확인했다. 두 곳의 날 선 공방이 이어진 것도 이때부터다. 엔도텍은 소비자원의 시험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신뢰할 수 있는 제3의 기관에서 재검사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조사 결과 공표 금지 가처분 신청과 업무방해 소송으로 대응했다. 소비자원도 식약처의 공인 방법과 농림기술평가원이 개발한 방법, 심지어 염기서열 분석에 의한 방법에서도 모두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며 재조사가 불가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업계에선 소비자원과 (식품)기업의 대립을 대단히 이례적인 사례로 본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공공 기관의 조사 결과에 승복하고 해당 기업이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엔도텍이 법적 대응까지 강구하며 강한 반발에 나서자 업계에선 뭔가 확실한 근거나 자신감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진실 게임 양상으로 번지던 공방이 일단락된 것은 4월 30일이다. 식약처는 3월 26·27일에 입고된 엔도텍의 백수오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해당 입고 일자는 소비자원이 수거해 간 백수오의 입고일과 같은 날이다. ‘소비자원의 이엽우피소 검출 결과를 믿을 수 없고 식약처의 결과만 인정하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던 엔도텍으로선 충격적인 결과였다.
마지막까지 믿었던 식약처 발표에서마저 이엽우피소 검출이 확인된 마당에 엔도텍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없었다. 엔도텍은 즉각 김재수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문제가 여기서 끝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소비자원이 반격에 나섰다. 소비자원은 “2014년 12월 17일 이전에 제조·판매한 제품은 이상이 없어 안심하고 섭취해도 된다”는 엔도텍의 대책이 소비자의 피해 배상 범위를 축소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엔도텍의 홈페이지는 소비자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던 그간의 반박 자료가 모두 삭제된 상태다. 그 대신 소비자원이 문제 삼은 해당 사과문과 5월 6일 김 대표이사 명의로 작성된 두 개의 사과문이 걸려 있다. 엔도텍은 현재 창고에 보관 중인 백수오 원료 28톤뿐만 아니라 보관 중인 모든 백수오 원료도 소각·폐기하려다 검찰의 지시로 보류한 상태다. 이와 함께 소비자원을 상대로 낸 민형사 소송을 모두 철회했고 소비자원의 업무와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가짜 백수오 논란은 검찰의 손에 넘어간 상태다. 소비자원은 가짜 백수오 관련 보도 자료를 처음 배포한 4월 22일에 일찌감치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도 사회적 파장을 의식한 듯 식품위생법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 수사 ‘고의성’에 초점 맞출 듯
해당 기업이 바짝 엎드리며 사과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이엽우피소 검출이 사실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제조·판매한 제품에는 이상이 없다”는 엔도텍의 주장도 바뀌지 않았다. 검찰의 수사도 ‘고의성’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논란의 초점이 된 이엽우피소의 유해성도 함께 검증할 방침이다.
건강기능식품 업체 혹은 재배 농가가 백수오 대신 이엽우피소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가격 때문이다. 백수오는 재배 기간이 2~3년인데 비해 이엽우피소는 생육이 빨라 1년이면 수확할 수 있다. 가격도 백수오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외관상 차이도 거의 없다. 실제로 이엽우피소를 재배하는 농가에서도 ‘외래 도입종’으로 알고 키우는 경우가 많을 정도다. 엔도텍이 질 나쁜 원재료를 싼값에 사들여 생산원가를 낮추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엔도텍이 정말로 원가절감 차원에서 가짜 백수오를 섞어 썼는지는 앞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하지만 단순히 원재료비 절감만으로 엔도텍의 위법행위를 설명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남는다. 현재 엔도텍이 보관 중인 백수오는 충북 제천의 영동약초영농조합이 생산해 낸 물량이다. 엔도텍은 창업 초기부터 농촌진흥청으로부터 확보한 백수오 종자를 영동약초조합에 제공했고 지금까지 100% 계약재배로 물량을 확보해 왔다. 안정적인 수급처 확보를 위해서다.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으니 가격 경쟁력도 갖출 수 있었다. 심지어 시중에 유통 중인 이엽우피소보다 싼값에 구매할 수 있었다는 게 엔도텍 측의 주장이다.
재배 농가로서도 든든한 판로가 받쳐 주니 생산량 확대에 주저하지 않았다. 제천시도 농가 수입 증대의 모범 사례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4월 27일에는 제천시 백수오 재배 농민 40여 명이 소비자원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소비자원은 엔도텍의 자체 검사 성적서에서도 이엽우피소 검출 사례가 빈번하게 발견된다며 고의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엔도텍도 이를 인정한다. 지금까지 자체 검사를 통해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사례는 모두 6번이며 그때마다 해당 원료를 반출시켰다는 게 엔도텍의 설명이다. 이엽우피소 검출 사례는 사실이지만 철저한 자체 검사를 통해 오히려 위험 요인을 관리해 왔다는 주장이다. 엔도텍과 계약하지 않은 농가가 판로를 찾지 못한 끝에 이웃한 계약재배 농가에 자신의 수확물을 함께 끼워 팔아 달라는 부탁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이엽우피소가 섞여 들어갔다는 게 당시 엔도텍의 자체 조사 결과였다.
식약처의 최종 판정이 나오기 전까지 엔도텍이 유례없는 강경 대응에 나섰던 데는 그간 알려지지 않은 속사정도 있었다. 소비자원의 발표가 나자 식약처는 즉각 해당 재료의 대량 수거에 나섰다. 그런데 수거 물량이 너무 많아 샘플 중 일부를 엔도텍에 반송했다고 한다. 엔도텍은 곧장 해당 샘플의 재조사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도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던 것이다. 전수조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소비자원의 주장대로 이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는 일말의 우려가 사라진 계기였다. 회사로선 쾌재를 부를 만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런 기쁨도 잠시, 식약처의 공식 발표로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이엽우피소 유해성 여부도 의견 분분
일부러 이엽우피소를 집어넣었느냐 아니냐를 떠나 이엽우피소 자체의 유해성 여부도 여전히 논란이다. 이엽우피소와 백수오는 모두 박주가리과에 속한다. 잎 모양으로는 확연히 구분되지만 약용으로 쓰이는 뿌리는 외관상 큰 차이가 없고 약재로 쓰기 위해 말려 놓으면 구분하기가 더욱 어렵다. 일각에선 약효에도 큰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백수오를 (한국)재래종, 이엽우피소를 (중국)도입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몇몇 전문가들은 “한국의 생약규격집에는 백수오의 기원 식물로 은조롱(백수오)만이 수록돼 있는데, 백수오 재배 농가 보호와 생약 시장의 유통 질서를 위해 이엽우피소가 추가 수록돼야 바람직하다”고 주장할 정도다.
엄밀히 따지면 현재 국내에서 이엽우피소를 식품 원료로 사용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간 독성·신경 쇠약·체중 감소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연구 보고도 있고 무엇보다 법적으로 식용 근거가 없어 식품 원료로서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소비자원의 주장이다. 소비자원은 또 중국 난징대 의과대학 연구진이 실험용 쥐에게 이엽우피소를 먹인 결과 흥분·짜증·체중 감소와 함께 암컷에서는 혈소판 감소, 수컷은 간 기능 저하, 간세포 이상 증세 및 사망까지 유발됐다는 자료를 덧붙였다.
하지만 소비자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식품 원료 주무부처인 식약처의 견해는 완전히 다르다. “국내에서는 안전성 문제가 아니라 식 경험의 부재나 사용 실태에 대한 자료가 없어 식품 원료로 허용하고 있지 않았다”는 게 식약처의 공식 발표다. 식약처는 이와 함께 “제외국의 식용 사례 및 한국독성학회 자문 결과를 종합할 때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제품의 섭취로 인한 인체 위해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주무 부처인 식약처가 이엽우피소의의 유해성을 지적한 소비자원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셈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독성 식물 데이터베이스에 이엽우피소가 포함돼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인삼도 해당 리스트에 올라 있다”며 “이엽우피소의 유해성을 분석한 자료 자체가 많지 않고 몇몇 논문의 결과도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게 식약처의 견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식품위생법상 허용된 원료가 아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법적 조치는 취해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최경철 한국독성학회 학술부장(충북대 수의대 교수)도 식약처의 주장에 동의했다. 최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동물실험 시 섭취량에 포함된 추출물의 양이 10%를 넘지 못하게 돼 있는데, 난징대 실험은 20%까지 투여됐다”며 “어떤 약도 과다 복용하면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의미한 결과를 뽑아내기 위해 고농도 실험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최 교수는 “식약처로선 의약품과 달리 몇 십만 종에 이르는 식품을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일일이 사전에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번 파문이 식품 독성에 대한 안전성을 더 강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물질 혼입의 고의성·유해성 논란을 떠나 기업이 확보한 기술력과 경쟁력은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계 여성호르몬 관련 시장은 약 109억 달러에 달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여성호르몬 치료 시장을 주도해 왔던 HRT(동물성 호르몬 치료제)는 암·심장질환 유발 같은 부작용 사례가 증명되며 급속도로 위축된 상태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부작용 없는 식물성 치료제 개발에 목을 매는 이유다. 이들이 지금까지 기껏 개발해 낸 치료제들도 FDA 심의 과정에서 탈락되거나 ‘자살 충동’,‘자궁내막 두께 상승과 혈전증’ 같은 경고 문구를 삽입해야 하는 게 대부분이다.
식물성 여성호르몬 시장은 ‘황금 알 낳는 거위’
이런 가운데 엔도텍이 개발에 성공한 에스트로지는 획기적인 식물성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FDA로부터 NDI(New Dietary Ingredient) 인증을 받은 사실이 크게 부각됐다. NDI 인증은 미국 시장에 판매될 새로운 식품 원료에 대해 안전성을 증명하는 절차다.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식용 원료는 NDI 인증을 받아야만 하는데, 한 해 10건 미만에 그칠 정도로 심사 절차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성에 대한 인증을 마치 기능성 인증으로 허위·과장 광고했다’는 주장에 대해 엔도텍 측은 “광고 심의 규정을 준수했으며 NDI 인증을 기능성 인증으로 광고한 적이 결코 없다”고 밝혔다. 현재 캐나다 식약청은 에스트로지의 안전성은 물론 기능성도 인증한 상태다.
에스트로지는 백수오·속단·당귀 등 세 가지를 함께 우려내 뽑아낸 혼합 추출물로 2010년 식약처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엔도텍은 에스트로지가 백수오 관련 건강기능식품의 원재료로 유명해지고 효과를 본 여성들의 구전까지 타면서 2012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1년 창업 첫해 26억 원, 2010년 52억 원에 머무른 매출 규모는 2012년 216억 원, 2013년 841억 원, 작년에는 1241억 원을 기록했다. 2011년에는 지식경제부의 세계 일류 상품에 선정됐고 같은 해 농림수산식품과학기술대상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엔도텍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세계적인 제약사에 에스트로지를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이 이달 중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간 글로벌 제약사들은 특허 자체를 통째로 사들여 원천 기술 기업을 흡수해 버리는 전략을 펴왔다. 엔도텍은 자체 기술과 특허를 유지하며 원료만 납품하는 계약 조건을 맺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국내 업체가 기능성 식품의 원천 소재를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에 공급하는 것은 지금까지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해당 제약사는 지난 1년간 자국에서 에스트로지의 발암 관련 임상에 나서 부작용이 없다는 것을 최종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협상이 아예 무산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파문으로 엔도텍이 상당 부분 불리한 조건을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돋보기
식약처와 소비자원 ‘기싸움’ 왜? 이번 ‘가짜 백수오’ 논란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기관은 또 있다. 유해 식품 판별과 인증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이번 논란에 불을 지핀 한국소비자원이다.
식약처는 식품·농축수산물·의약품·바이오생약·의료기기 등 국민의 삶과 먹을거리 안전 전반을 책임지는 주무 부처다. 1998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을 모태로 2013년 처로 승격됐는데 근무 인원만 1760명에 달하는 대형 조직이다. 이에 비해 소비자원은 공정거래위원회 산하의 정부 출연 기관으로 소비자 피해 구제와 분쟁 조정, 상품 테스트를 통한 시험 검사, 안전·거래 실태 조사 등이 주요 임무다. 이번 이엽우피소 관련 조사는 해당 부서인 식의약안전팀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애초 식약처는 지난 2월 내츄럴엔도텍 백수오 제품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4월 22일 이뤄진 소비자원의 발표는 이런 식약처의 의견을 불과 두 달여 만에 완전히 뒤엎은 결과였다. 이엽우피소의 유해성 논란에서도 양측의 주장은 완전히 엇갈린다. 간독성과 신경쇠약 등의 부작용을 들며 ‘섭취에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는 소비자원의 발표와 달리 식약처는 ‘인체 위해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공식 주장이다.
행정처분도 양측의 주장이 정반대다. 소비자원은 ‘남아 있는 전체 백수오 물량을 폐기 처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비해 식약처는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3월 26·27일 입고 물량만 폐기 조치한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처분이나 처벌은 ‘그럴 것이다’라는 판단으로 하는 게 아니다”며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조치 내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엽우피소의 유해성과 폐기 범위, 행정처분에 이르기까지 두 공공 기관의 기싸움에 결국 소비자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1015호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