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직원들이 정비를 위해 부산 대저동 테크센터 격납고로 들어온 대형 여객기 엔진 부분을 점검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직원들이 정비를 위해 부산 대저동 테크센터 격납고로 들어온 대형 여객기 엔진 부분을 점검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지난 20일 부산 대저동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테크센터. 검정 군용 헬기가 시험비행을 시작했다. 낮은 고도로 날고 있는 헬기 조종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한항공이 개발해 군이 사용하던 500MD 헬기가 무인 헬기로 탈바꿈하는 현장이었다. 이재춘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사업계획팀장은 “대한항공의 현재 먹거리가 항공여객 사업이라면 가까운 미래 먹거리는 항공기 부품 제작이고 그보다 먼 미래 먹거리는 무인기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미 본토에서도 헬기 수리 의뢰

대한항공이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는 무인정찰기(KUS-DUAS). 길이는 1m 정도에 불과하다.
대한항공이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는 무인정찰기(KUS-DUAS). 길이는 1m 정도에 불과하다.
여의도 공원의 두 배 면적을 자랑하는 테크센터(70만7866㎡)에선 항공기 및 위성체를 개발하고, 민·군용기를 정비하며, 항공기 부품 등을 제작하고 있었다. 근무 인원도 2700여명이나 됐다. 군용기 정비 공장에 들어가니 전쟁 영화에서나 볼 법한 모습이 펼쳐졌다. 주한·주일 미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 F-16 등이 정비를 위해 줄줄이 서 있고 한쪽에선 ‘블랙호크(UH-60)’ 헬기가 분해 정비되고 있었다. 송원석 항공기중정비공장 부장은 “150대의 대한항공 여객기는 물론 군용기까지 수리하고 있다”며 “대한항공이 개발 단계에서 참여한 UH-60 헬기를 미 본토에서 수송해와 수리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정비공장 옆 민항기 국제공동개발센터에서는 대한항공이 보잉과 에어버스에 납품하는 항공기 부품을 제작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컨베이어시스템으로 제작하고 있는 샤크렛 공정이었다. 샤크렛은 에어버스사의 항공기 날개 끝 부분에 부착하는 탄소복합소재 재질의 구조물이다. 날개의 공기 저항을 줄여 연료 효율을 높여 준다. 이석원 민항기제조공장 부장은 “샤크렛 4000개를 에어버스로부터 이미 수주해 항공기 제작분야에서 찾아보기 힘든 컨베이어시스템을 적용했다”며 “매달 40~50개의 샤크렛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보잉사나 에어버스사가 주는 설계도를 갖고 조립하는 수준을 벗어나 핵심 기술을 직접 개발해 항공부품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2년 에어버스의 A320에 샤크렛을 처음 납품하기 시작한 뒤 지난 4월에는 1000억원 규모의 A330네오 항공기 샤크렛 독점 공급권을 추가로 따냈다.

○항공우주사업 2020년 매출 3조 목표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지난해 매출은 9201억원으로 대한항공의 지난해 전체 매출(11조6803억원)의 8%에 불과했다. 하지만 항공우주사업 부문의 성장세는 회사 내 다른 사업부를 압도한다. 2009년에 327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5년 동안 매출이 연평균 약 25% 증가했다. 일부 기업에 방위산업에 대한 독점적 공급권을 줬던 방위산업 전문화·계열화 정책이 2009년 폐지되며 시장 진입에 장애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홍진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영업이익률은 10%가 넘어 대한항공 전체 영업이익률을 크게 웃돈다”며 “최근 추진하는 다섯 등급의 무인기 개발 프로젝트가 순차적으로 상용화되면 매출 증가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새로운 주력사업인 무인기와 항공기 제작 사업을 통해 2020년까지 매출 3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군에서 정찰 및 탐지활동을 하는 소형 무인기는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무인 항공기는 2㎞ 상공에서 비행하면서 적군을 정찰할 수 있다. 활주로가 필요 없어 산악지역에서도 이착륙할 수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올해 안에 소형 무인기를 군에 납품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 개발이 끝났기 때문에 군과 협의만 되면 바로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