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42)는 최근 A은행에 1억원의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하려다 포기했다. 주택금융공사(주금공) 보증을 담보로 한 대출 상품이어서 금리가 낮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은행이 제시한 금리는 연 3.2%를 웃돌았다.

은행들의 전세대출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책금융기관인 주금공이 대출금의 90~100%를 보증하고 있는데도 은행들이 일반 신용대출보다 높은 이자를 받고 있어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주금공 보증을 담보로 취급하는 전세대출 금리는 최고 연 3.70%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이 연 3.70%로 가장 높았고, 하나은행도 연 3.67%에 달했다. 국민은행(연 3.27%), 농협은행(연 3.25%), 대구은행(연 3.24%), 우리은행(연 3.14%) 등도 연 3% 초반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 같은 금리 수준은 주택담보대출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지난달 기업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06%로 전세대출 금리보다 0.64%포인트 낮았다. 하나·농협·국민 등 다른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전세대출 금리보다 0.15~0.71%포인트 낮았다. 일반 신용대출 금리에 비해서도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달 산업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연 3.44%, 농협은행은 연 3.73%였다.

은행들은 차입자 신용등급, 조달금리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의 경우 제2 금융권에서 넘어온 저신용자 대출도 섞여 있어 금리를 비교적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전세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이 높아 금리가 상승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