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로펌 변호사를 지낸 법조인이 국무총리, 법무부 장관 등 정무직 고위공직자로 발탁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공직자 임기를 마친 뒤 다시 대형로펌으로 들어가는 사례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전문가들은 “대형로펌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대형로펌 총리’ 1명→3명 증가

[Law&Biz] 대형로펌이 총리·법무장관 '사관학교'?
헌법이 바뀌고 제6공화국(1988년 2월~)이 출범한 이후 국무총리는 이헌재 전 총리(20대)부터 이완구 전 총리(43대)까지 모두 24차례 나왔다.

학자 출신 총리가 대세였던 2000년까지는 12명 중에서 대법관 출신 이회창 전 총리(26대)만 법조인이었으나 이후 임명된 12명 중에서는 4명이 법조인이었다. 이한동 전 총리(33대), 김석수 전 총리(34대), 김황식 전 총리(41대), 정홍원 전 총리(42대)가 법조인 출신이다. 최근 총리에 내정된 황교안 후보자까지 합하면 5명으로 늘어난다. 이 중 3명이 대형로펌과 관련 있다.

대법관 출신인 김석수 전 총리는 1997년 법원을 떠나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 등을 지내다가 2002년 총리로 발탁됐다. 총리를 마치고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다가 2009년 법무법인 대륙아주에 영입돼 지금까지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정 전 총리는 검사로 일하다가 2004년 법복을 벗고 법무법인 로고스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대표변호사, 상임고문변호사 등을 지낸 뒤 2013년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가 됐다. 황 총리 후보자는 검사로 일하다가 2011년 그만두고 법무법인 태평양에 들어갔다. 2013년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되기 전까지 이곳에서 고문변호사로 일했다.

이밖에 이한동·김황식 전 총리는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열거나 중소로펌에서 일했다.

○법무부 장관·로펌 ‘회전문 인사’

법무부 장관과 대형로펌 사이의 접점은 더 컸다. 6공화국 출범 이후 법무부 장관은 허형구 전 장관(38대)부터 황교안 장관(63대)까지 모두 26차례 배출됐다. 2000년 이전 임명된 13명 중에서 대형로펌과 관련 있는 사람은 이종남 전 장관(39대)이 유일했다.

이 전 장관은 1990년 법무부 장관이 됐다가 이듬해 법무법인 세종으로 가 1995~1999년 대표변호사, 2003~2008년 고문변호사를 지냈다. 중간에 4년이 비는 것은 이 기간 감사원장을 지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임명된 13명의 법무부 장관 중 대형로펌과 관련 있는 사람은 4명으로 늘었다. 최경원 전 장관(51대)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다가 2001년 법무부 장관에 발탁됐다. 이듬해 변호사업계로 나와 곧바로 김앤장에 다시 들어갔다.

김승규 전 장관(56대)은 로고스 대표변호사로 있다 2004년 법무부 장관이 됐다. 2005년 국가정보원장을 거쳐 2007년 로고스로 다시 돌아오면서 상임고문변호사 직함을 달았다. ‘대형로펌→고위공직자→대형로펌’으로 순환하는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다. 김경한 전 장관(60대)은 세종 대표변호사를 지내던 2008년 법무부 장관이 됐다.

한 판사는 “대형로펌을 거친 사람이 고위공직자에 발탁되는 일이 많아지면 인재와 자원이 대형로펌으로 더 많이 몰리게 된다”며 “대형로펌의 사회적 영향력 증대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