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외제차 보험사기 못 막나 안 막나
한국은 소위 거짓말 범죄가 너무 많다. 사기, 무고, 위증 같은 범죄들이다. 대검찰청의 2014년 범죄 분석 백서에 따르면 사기 하나만 해도 27만4086건으로, 전체 형법범죄 중 25.9%나 차지한다. 절도(29만841건)와 비슷하다. 사기·무고·위증죄 기소 건수가 일본에 비해 수십 배, 수백 배나 된다고 한다.

이런 거짓말 범죄가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게 자동차 보험사기다. 온 가족과 마을 전체가 동원되고 이른바 ‘나이롱환자’, 또 그런 환자를 반가워하는 전문 병원들이 수두룩하다. 그렇지만 범죄라는 인식조차 없이 사기가 벌어진다.

급기야 최근에는 고가 외제 승용차 보험사기가 속출한다. 람보르기니, 벤틀리 같은 희귀한 고가 차들이 동원되고 칼치기 등 수법도 날로 진화해 간다. 게다가 외제 승용차는 올 4월 현재 누적 등록 대수가 117만여대나 된다. 차값이 수억원대이니, 한 번 사고를 당하면 파멸적 재앙이다.

대물보험, 허점 너무 많아

나이롱환자 문제는 대인보험 영역인 반면 외제차 보험사기는 대물보험 분야다. 문제는 대인보험에 비해 대물보험의 허점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당장 뻥튀기 수리비가 그렇다. 부품비가 비싼 마당에 정비시간과 공임 등 명확한 기준이 없어 산출되는 수리비가 제멋대로다. 물론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선 정비시간과 공임을 포함한 표준정비요금을 발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표준정비시간은 2005년, 표준공임은 2010년을 끝으로 입을 다물고 있다. 보험사와 정비업계가 자율 협의로 결정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 자동차업체들은 다른 나라에 차를 팔 때는 모델에 따라 표준정비시간과 표준공임을 모두 공개한다. 국내 업체도 마찬가지다. 국토부는 국내 건설공사에 대해선 표준건축비와 기준건축비를 매년 발표하고, 건설노임단가를 포함한 표준품셈을 만들어 공공공사를 발주한다. 그렇다고 보험사와 전국정비연합회 간 협의를 독려하는 것도 아니다. 국토부가 정비업계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제차의 과도한 추정(미수선)수리비 문제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사고를 당한 일부 외제차 소유자가 보험수리가 금지된 카센터에서 약식으로 과잉견적서를 떼다가 보험사에 수백만원의 수리비를 청구해도 적정 수리비를 모르니 보험사로선 속수무책이다. 보험사기가 판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보험료 절감이 소비자보호

외제차 보험사기로 새어 나가는 보험금이 연간 3000억원 가까이 된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다수 운전자들이 외제차 공포로 인해 보험료 인상을 감수하며 대물배상한도를 수억원대로 올린다. 대물배상 금액이 2억원을 넘는 보험가입자가 작년 말 현재 전체 가입자의 56.3%나 된다. 통상 배상한도를 1억원으로 올리는 데에만 연간 보험료를 10만원 이상 더 내야 한다. 더구나 최대 1000만원까지만 배상되는 의무보험에만 가입하고 있는 트럭 등 차량이 49만1530대(2013년)다. 무사고 외엔 대책이 없다.

자동차 보험사기는 후진국형 범죄다. 새는 보험금을 막을수록 대다수 일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줄게 된다. 보험사기를 막는 게 바로 최선의 소비자 보호다. 국토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모두 규정을 바꾸든 고시를 하든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마땅하다. 막을 수 있는 보험사기를 막지 않는다는 말은 듣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