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삶는 통·벌레 청소기·죽 제조기…매출 쑥쑥…회사 살린 '틈새 가전'
한경희생활과학은 지난해 죽 제조기 하나로만 2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633억원. 죽 제조기가 3분의 1을 책임진 것이다. 죽 제조기는 작년 한 해 동안 1만4200여대 팔렸다. 지난해 6년 만에 첫 적자를 내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경희생활과학에 이 제품은 큰 위안거리다.

죽 제조기는 재료를 넣기만 하면 알아서 불 세기를 조절하고 눌어붙지 않게 저어주는 제품이다. “요리하기 번거로운 죽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 판매가 늘었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기능을 세분화해 틈새시장을 공략한 생활가전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펌프로 유명한 한일전기는 ‘빨래삶통’이란 제품을 내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수건이나 가재수건, 면 기저귀, 식기 등을 손쉽게 삶을 수 있는 제품이다. 큰 냄비를 가스불에 올려놓고 펄펄 끓이던 것을 대체했다. 이 제품은 인기 캐릭터 미피 그림이 있어 ‘미피 삶통’으로 더 잘 알려졌다. 인터넷 카페 등에서 출산과 육아의 필수 제품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신일산업이 최근 내놓은 벌레 청소기 ‘버그헌트’도 틈새를 파고든 제품이다. 바퀴벌레 등 해충을 무서워하는 여성을 타깃으로 했다. 대롱 모양의 청소기로 해충을 빨아들인 뒤 전기충격을 가해 퇴치하는 게 주된 기능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아이디어를 받아 사업화했다. 조연서 신일산업 주임은 “제품을 내놓자마자 혼자 사는 젊은 여성과 식당 등에서 제품 문의가 많이 온다”며 “의외로 반응이 좋다”고 했다.

이런 틈새 상품이 ‘대박’을 쳐 큰 시장을 형성하는 일도 종종 있다. 레이캅코리아는 2007년 말 침구 청소기를 내놨다. 당시 매출 100억원대의 중소기업이 내놓은 제품을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레이캅코리아는 이후 6년여간 이 제품을 450만대가량 팔았다. 1000만대 넘게 팔린 한경희생활과학의 스팀청소기 이후 최고의 인기 상품이 됐다. 기존 진공청소기의 부가 기능을 따로 떼어내 성능을 개선하고 쓰기 쉽게 한 게 먹혀들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908억원과 영업이익 360억원의 실적을 달성하며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