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휴대폰 기본요금 없애라"…포퓰리즘에 휘둘리는 통신시장
새정치민주연합이 27일 휴대폰 기본요금 폐지, 제조 원가 공개 등을 요구했다.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통신요금 인하 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폐지를 주장한 기본요금의 개념이 모호한 데다 휴대폰 제조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반시장적 요구여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정부와 새누리당이 음성 통화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중심요금제 도입을 통신요금 인하 치적으로 홍보하자 야당마저 포퓰리즘적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원칙 벗어난 무리한 요구

새정치연합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계 통신비 인하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휴대폰 기본료 폐지, 단말기 제조원가 공개, 단말기 공시지원금 분리공시제, 통신 3사 와이파이(무선랜) 상호접속 허용 등이 담겼다.

야당이 폐지를 요구한 휴대폰 기본요금은 과거 네트워크 투자, 사용자 관리 등 고정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도입됐다. 예컨대 통신사들의 표준요금제에 가입하면 월정액으로 1만1000원가량을 내고 나머지는 통화량(초당 과금)에 따라 지급한다. 여기서 매월 내는 1만1000원이 기본요금이라고 볼 수 있다. 기본요금은 통화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이용자로부터 강제 징수할 근거가 없다는 게 야당의 설명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우상호 의원은 “일본 NTT도코모의 기본요금 2만6000원 상품과 비슷한 국내 통신사 상품은 부가세를 포함해 3만2800원”이라며 “5000원 이상의 요금인하 여력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야당의 설명과 달리 휴대폰 요금 상품에서 기본요금을 정확히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4100만명이 넘는 스마트폰 사용자 대다수는 음성 통화, 문자, 데이터 통화 등을 묶은 3만~10만원대 요금을 사용하고 있어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작년 통신3사의 전체 영업이익이 2조1098억원인데 야당 주장처럼 가입자당 1만원씩 기본료를 줄이면 매출이 7조5000억원 줄어들고 모두 적자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단말기 제조원가 공개 추진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한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삼성 LG 등 국내 기업만 제조 원가를 공개하면 국내법의 효력이 미치지 못하는 애플 샤오미 등 해외 업체만 좋은 일을 시키게 될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고가 스마트폰의 국내외 가격 차별도 사실과 다르거나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여야 경쟁적 ‘요금인하 압박’

여당인 새누리당도 28일 미래창조과학부와 당정협의를 열고 요금제 출시 전 정부가 이를 사전검토하는 요금인가제 폐지와 제4 이동통신사 도입 정책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19일 당정협회 때는 데이터중심 요금제 도입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당이 최근 1주일 간격으로 당정협의를 열고 통신요금 인하 정책을 치적으로 홍보하자 새정치연합까지 표를 얻기 위해 가계통신비 인하 요구를 내놓는 모양새다.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원회 의장은 “야당이 문자 요금제와 가입비 폐지, 2만원대 음성 중심 요금제 등을 줄기차게 요구했는데 최근 여당이 통신비 절감 정책을 내놓은 것처럼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쏟아지는 요구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조차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미래부의 한 관계자는 “야당의 주장은 통신사를 공기업으로 바꾸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정부는 인위적 시장개입에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도 “작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도입 이후 여야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얘기를 계속 꺼내고 있다”며 “포퓰리즘적 요금인하 요구가 지속되면 통신시장의 자연스러운 경쟁 원칙이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호기/은정진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