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아세안에 대한 잘못된 인식 바꿔 놓겠다"
“동남아시아 대신 아세안으로 불러주세요.”

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사진)은 27일 “동남아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아세안센터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교류 활성화를 위해 2009년 3월 설립된 정부 간 국제기구다. 김 총장은 “아직도 우리 사회는 ‘동남아’ 하면 불법체류 근로자나 결혼이주여성을 떠올린다”고 아쉬워했다. 지난 4일 취임 직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3개국을 둘러본 김 총장은 “앙코르와트 유적을 보면서 아세안의 저력을 느꼈다”며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알면 동남아를 낮춰보는 우리의 인식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중국과 인도가 일어선 것처럼 아세안도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우리가 마음을 열면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고 했다. 아세안은 한국과 역사·정치적 갈등 및 영토 분쟁이 없고 불교를 바탕으로 한 종교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데다 경제부문에서도 경쟁이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는 설명이다.

김 총장은 ‘열린 강좌 시리즈’ 등 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아세안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우리 기업들의 아세안 진출을 돕기 위해 오는 10월 ‘아세안 연계성 포럼’도 연다. 아세안 회원국 간 물리적·제도적·인적 분야를 연결하는 취지에서 기획한 행사다. 김 총장은 “중국과 일본이 시도하지 않은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교통, 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의 협력 사업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올해는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아세안 회원국의 정책 결정자, 아시아개발은행(ADB)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전년보다 규모가 커졌다. 그는 “한국이 음식, 문화, 언어가 다른 아세안 10개국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상징적인 사업”이라며 “센터의 대표 프로젝트로 키우겠다”고 했다.

김 총장은 국제기구와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그는 “이번에 ADB 필리핀 본사를 방문했을 때 청년교류사업을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았다”며 “올해 말 아세안과 한국 대학생의 워크숍을 시작으로 차세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 총장은 “올해 130여명에서 시작해 매년 인원을 늘려 중요한 외교자산으로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앞으로 센터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단편적이고 잡화식으로 운영되는 사업을 정리하고 제한된 자원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고차원적인 프로젝트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센터가 진행하는 사업이 70~80개로 너무 많다”며 “아세안의 철학과 방향에 부합되는 사업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운영 수준을 질적으로 높여 직원들이 보람을 느끼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