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항덕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장 "식품 바이오 공법 앞세워 200조 소재 시장 공략할 것"
입력2015.05.29 07:00
수정2015.05.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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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CJ 제일제당
글로벌 바이오 시장서 활약
전 세계 5종의 사료용 아미노산 생산…라이신·트립토판은 글로벌 1위 올라
종합바이오 기업으로 진화 '눈앞'
올 초 4억弗 L-메티오닌 공장 완공…사료 효율 뛰어나 국내외서 주목
新나일론 등 1~2년 뒤 제품 양산…세계 기업들 깜짝 놀라게 할 것
“회사의 새 먹거리는 바이오부문에서 나올 겁니다.”
노항덕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장(부사장)은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CJ제일제당이 조미료를 만들며 키워온 발효 경쟁력으로 글로벌 바이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부사장은 “바이오부문의 성장세 덕에 회사의 올해 1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며 “CJ제일제당은 식품기업에서 종합바이오 기업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에는 기획담당인 김양우 상무가 동석했다. 김 상무는 바이오부문 외 회사의 전반적인 사업구조와 실적에 관한 내용을 보충 설명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1분기 실적을 두고 ‘어닝서프라이즈’라는 평가도 나온다.
“연결회사인 CJ대한통운을 제외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한 1조999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826억원으로 같은 기간 84.8% 증가했다. 제약부문을 제외한 전 사업부문이 좋은 실적을 거뒀다. 바이오부문은 라이신을 비롯한 주요 아미노산의 판매가격 상승과 신제품 L-메티오닌 출시로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작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663억원 늘어나며 흑자전환했다. 식품부문은 신제품 판매가 순조로웠고, 사료 등 생물자원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식품회사로 알려져 있어 바이오사업은 다소 생소하다.
“CJ제일제당은 크게 5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회사의 모태인 설탕과 밀가루를 생산하는 소재부문과 가공식품류를 만드는 식품부문이 잘 알려진 CJ제일제당의 사업군이다. 사료용 아미노산을 생산하는 바이오부문과 사료부문, 제약부문도 있다. 이 중 제약부문은 지난해 CJ헬스케어라는 이름으로 분사했다. 바이오사업은 1990년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지시로 시작됐다. 이 회장은 당시 ‘CJ의 미래는 바이오산업이며 해외에 공장을 지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자’고 말하며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1997년 인도네시아에 핵산 공장을 지으면서 사업이 구체화됐다. 지금은 식품부문 다음으로 매출이 큰 사업부문이 됐고, 회사의 새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어떤 품목을 생산하는 것인가.
“필수 아미노산을 생산해 사료기업들에 판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은 약 20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중 일부는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아 외부에서 섭취해야 한다. 가축의 경우 사료에 포함된 콩과 옥수수 등으로 일부 섭취가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곡물만으로는 성장에 필요한 아미노산을 충분히 공급받기 어렵다. 아미노산을 첨가한 사료를 먹이면 소화가 잘 되고 성장이 촉진돼 사료 효율이 높아진다. 또 식품조미소재인 핵산을 생산한다. 핵산은 맛의 풍미를 강하게 하는 소재다. MSG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보면 된다. 네슬레 유니레버 등 글로벌 기업에 핵산을 납품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경쟁 구도는 어떤가.
“세계적으로 상용화돼 있는 사료용 아미노산은 라이신 발린 트립토판 메티오닌 트레오닌 등 5종이다. 이 5종의 사료용 아미노산을 생산하고 있는 회사는 세계에서 CJ제일제당이 유일하다. 독일의 에보닉과 일본의 아지노모토가 경쟁사다. 하지만 에보닉은 CJ제일제당과 달리 화학적 공법으로 아미노산을 합성한다. CJ제일제당은 친환경적인 발효 공법으로 아미노산을 만드는 만큼 더 고급화된 제품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지노모토가 CJ제일제당에 식품 발효기술을 전수해줬지만 지금은 모든 사료용 아미노산에서 우리가 선두다. 또 라이신은 2013년, 트립토판은 지난해 글로벌 1위가 됐다.”
▷바이오부문 매출이 올해 2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말도 들리는데.
“공시상 문제로 정확한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전망은 좋다. 올해 초 프랑스 아르케마와 손잡고 말레이시아에 4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L-메티오닌 공장을 짓고 생산을 시작했다. L-메티오닌은 바이오 발효공법으로 만든 아미노산이다. 화학적 방법으로 생산하는 경쟁사들의 DL-메티오닌에 비해 사료 효율이 20~40% 좋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중국의 육류 소비가 급증하면서 더 좋은 사료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등 시장 환경도 좋다.”
▷외부 출신으로 큰 조직을 이끌게 됐는데.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은 ‘신사업’이다. 외부의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지 않았을까. 나는 화학공학(서울대)을 거쳐 전기화공을 공부하고, 유학 시절 바이오메디컬 분야도 섭렵했다. 이전 직장인 SK케미칼에서는 20여년간 고분자 화학을 했다. 여러 방면을 두루 거친 장점을 신사업으로 이어볼 생각이다.”
▷올해 회사의 목표는.
“바이오부문은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부상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사료용 아미노산 발효 기술을 활용하면 섬유 나일론의 기본 형태를 추출해낼 수 있다. 석유화학공법으로 만드는 나일론과는 다른 새로운 나일론이 만들어진다. 소재 시장으로 확장하면 200조원을 바라볼 수 있다. 식품 바이오공법을 활용한 우레탄과 나일론 등을 만들어 올해 세계 무대에 소개할 예정이다. 1~2년 뒤 제품 양산도 할 방침이다. 식품부문은 메가브랜드를 중심으로 가공식품부문이 성장동력이다. 사료부문은 해외 생산거점을 확대해 축산 계열화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으로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