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으로 버무린 풍경이 보이나요"
“북유럽과 지중해 연안을 여행하다 보면 많은 풍경이 현란한 ‘색덩어리’로 다가오더군요. 삶의 흔적도 색감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풍경에 녹아 있는 수많은 시간을 인간의 ‘부드러운 피부’처럼 어떻게 회화적으로 풀어낼까를 고민해 왔죠.”

최근 제22회 석주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서양화가 송인헌 씨(60·사진)는 내달 3~13일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여는 수상 기념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목원대와 단국대에서 미술을 공부한 송씨는 구상과 추상을 한 화면에 아우른 ‘하모니즘의 미학’을 개척해 국내외 화단에서 관심을 모았다. 2011년에는 톡특한 하모니즘 회화를 인정받아 현대미술축제인 ‘서울모던 아트쇼’에서 대상을 받았다.

‘추억이 있는 풍경’을 타이틀로 여는 이번 기념전에는 100호 이상 대작과 신작 위주의 작품 20여점을 건다. 항상 예술가로서 변화를 추구한다는 그는 “틈만 나면 사생을 위해 밟았던 유럽 곳곳의 풍경을 화면에 고스란히 옮겨 푸근한 자연의 울림을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송씨는 지나간 시간의 흔적이나 젊은 시절 추억에 대한 아쉬움을 구상과 추상의 형태로 한 화면에 담아낸다. 현실에선 설명할 수 없는 추상의 세계를 ‘음’, 눈으로 보이는 구상의 세계를 ‘양’으로 설정해 상반된 세계를 자신만의 색과 형태로 아우른다.

그의 그림 속에는 땀과 열정이 넘친다. 캔버스를 돌려가며 수직과 수평으로 교차하는 붓자국을 축적시켜 풍경을 응축해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우연성이 아니라 철저한 장인 기질을 바탕으로 한 ‘창조적 실천’이다. “전통 조각보와 색동저고리에서 영감을 받아 ‘색의 들판’을 형상화합니다. 수만 번 붓질을 하고 나니 색을 세우는 법을 조금 알 것 같아요. 앞으로 한국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화면에 담아내고 싶어요.”

석주미술상은 1989년 조각가 석주 윤영자 선생(91·석주문화재단 이사장)이 대학(목원대) 퇴직금 전액과 본인의 작품, 사재를 보태 만든 국내 유일의 여성미술인을 위한 상이다. 회화, 입체, 공예, 평론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과 창의력이 돋보이는 작가에게 상을 준다. 시상식은 다음달 3일 오후 4시 선화랑에서 열린다. 윤 이사장은 내달 3~13일 송씨와 별도로 전시장 1층에서 재단 기금 마련을 겸한 회고전을 연다. (02)734-04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