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원 규모인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중국과 원유, 채권 등 틈새형 ETF를 적극 매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중국 ETF에 뭉칫돈

틈새 노렸더니 시장이 커졌다…중국·원유·채권형 ETF 급성장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채권 ETF의 순자산은 작년 말 3조770억원에서 지난달 말 3조6770억원으로 4개월 만에 19.5% 늘었다. 이 기간 전체 시장에서 채권형이 차지하는 비중도 15.7%에서 18.1%로 높아졌다. 해외주식 ETF 비중 역시 작년 말 4.4%에서 지난달 5.1%로 확대됐다. 상하이종합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중국지수 추종형 ETF에 매수세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원유 등 원자재 ETF의 순자산과 거래량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원자재 ETF의 순자산은 작년 말 1489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달 말엔 4195억원까지 증가했다.

반면 코스피200 등락폭 대비 두 배의 수익·손실을 내는 국내지수형 레버리지 ETF는 위축되는 모습이다. 이 상품의 순자산은 작년 말 3조1257억원에서 지난달 1조3549억원으로 감소했다. 시장 내 비중도 15.9%에서 6.7%로 급감했다. 장승한 한화자산운용 퀀트운용팀장은 “코스피지수가 단기 급등하자 투자자들이 추가 상승이 어렵다고 보고 국내주식형 ETF를 집중 매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값 떨어지면 두 배’ 상품 나온다

자산운용사들은 틈새형 신상품을 추가 상장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금값 하락폭의 두 배만큼 수익을 내는 ‘레버리지 인버스 금 ETF’를 다음달 내놓는다. 심재환 한국투신운용 ETF부문장은 “상품 하락률의 두 배 수익을 내는 ETF를 출시하는 건 국내에서 처음”이라며 “달러 강세로 금값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움직임 대비 두 배 수익·손실을 내는 ‘환율 레버리지 ETF’도 선보인다. 키움투자자산운용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상승폭의 두 배 수익을 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저변동성가치주에 집중 투자하는 내재가치 ETF를 다음달 상장한다. 오는 7월엔 코스피200지수가 하락하면 두 배 수익을 내는 ‘지수형 레버리지 인버스’ ETF를 추가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중국A주 인버스 ETF, KB자산운용은 원유생산기업 ETF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임재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부장은 “과거엔 ETF가 기초자산이나 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수동적인 상품이었는데 지금은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똑똑한 상품으로 변신 중”이라고 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