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대기업 마다하고 경찰서 도·감청 방지앱 개발…해외 기술수출 보람"
장기식 경찰청 첨단기법개발팀장(사진)은 명문대 공학박사 출신이다. 고려대 정보보호기술연구원에서 정보기술(IT)을 개발하다 대기업들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2006년 경찰에 몸을 담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같은 팀에서 근무하는 다른 네 명의 연구관도 네이버, 안철수연구소 등 대형 IT기업 출신이다.

29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만난 장 팀장은 “이전 직장과 비교하면 급여는 낮아졌지만 만족도는 더 높다”며 “‘우리가 가진 기술로 국민들에게 봉사하자’는 다짐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첨단기법개발팀은 수사와 방범에 필요한 각종 소프트웨어 개발을 목적으로 지난해 6월 신설됐다.

이들은 팀 설립 2개월 만에 ‘폴 안티 스파이앱’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사용자들의 통화 내용과 문자 메시지를 도·감청하는 각종 스파이애플리케이션(앱)을 탐지하고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 앱으로 80만명이 다운로드했다.

스파이앱을 통한 1인당 피해액이 30만원에까지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이 앱을 통해 250억원의 피해 방지 효과를 거뒀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캡처한 장면이 실제 영상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판별하는 프로그램 역시 첨단기법개발팀의 히트작이다. 법정에 제출된 CCTV의 조작 여부를 100% 가려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 팀장은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마다 2~3개월간 오후 10시까지 근무한다”며 “그래도 완성된 프로그램이 성과를 내는 것을 보면 피로가 풀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개발 성과는 경찰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치안 한류’ 사업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물론 일본과 홍콩 등 선진국에도 기술을 전수해주고 있다.

장 팀장은 매년 일본 등지에서 진행되는 인터폴 교육에 강사로 나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러 나라 경찰관들에게 IT를 이용한 치안 인프라 구축 교육을 했다.

장 팀장은 “IT가 워낙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이를 이용한 범죄를 파악하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며 “최신 범죄기술을 발견하면 최대한 빨리 대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사이버 치안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