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매도 보고서 비중 첫 공개…부끄럽습니다 0.3%
KDB대우증권 교보증권 등 국내 34개 증권사가 지난 1년간 발표한 종목 보고서 중에서 ‘매도’ 비중은 0.3%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별 기업의 형편이나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무조건 ‘매수’하라고 추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맥쿼리증권 등 16개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 비율은 평균 16.5%로 국내 증권사보다 높았다.

금융투자협회가 29일 공시한 ‘증권사별 보고서 투자등급 비율’에 따르면 흥국증권 부국증권 유화증권 등은 작년 4월 이후 1년 동안 100% 매수추천 보고서만 내놨다. 중립(보유) 또는 매도 의견은 한 건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는 협회가 50개 증권사의 과거 1년치 투자의견 비율을 처음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증권사들은 앞으로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모든 종목 보고서에 직전 1년간의 매수·중립·매도 비율을 적시해야 한다.

공시 내용을 보면 국내 대형사도 흥국증권 등 소형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대우증권 현대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등의 매도 비율은 ‘제로’였다. 교보증권은 매도는커녕 중립 의견을 제시한 보고서도 전체의 2.7%에 불과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그나마 매도 보고서를 많이 낸 곳은 한화투자증권이었다. 지난 1년간 매도 비율이 4.6%였다. 다음으로 한국투자증권(3.3%) 동부증권(0.9%) 순이었다.

외국계 증권사는 비교적 자유롭게 매도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글로벌은 전체 보고서의 절반에 가까운 40.9%를 매도 의견으로 채웠다. CLSA(38.3%) 메릴린치(29.4%) 모건스탠리(18.3%) 등도 다양한 종목에 대해 매도를 권유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매도 의견을 내는 데 인색한 건 애널리스트와 상장사 간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A사 임원은 “애널리스트가 매도 의견을 제시하면 상장사가 해당 증권사에 출입 금지령을 내리고 기업공개(IPO)나 기업설명회(NDR) 등 영업 관계를 끊는 관행이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사를 지속적으로 접촉해 ‘영업’을 해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선 중립이나 매도 의견을 적극 내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협회 관계자는 “투자의견 비중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 매일 쏟아지는 종목 보고서의 신뢰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재길/이고운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