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법관의 꽃' 고법 부장판사…바늘구멍 뚫은 재야출신 3인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법관의 꽃으로 불린다. 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 가운데 선발되는데 판사의 숫자는 많고 고법부장 자리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판사는 초임 판사를 거쳐 지방법원 부장판사, 수석부장판사, 고등법원 부장판사 및 지방법원장, 고등법원장급, 대법관 순서로 올라간다. 위로 갈수록 승진 사다리가 가파르게 좁아진다. 그중에서도 고법 부장은 단순한 승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잠재적인 대법관 후보군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전용 차량과 기사가 제공된다. 고법 부장 승진 대상자가 누구인지가 매년 법원 인사에서 뜨거운 관심사인 이유다.

변호사 출신으로 법관이 돼 고법 부장으로 승진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곧바로 판사가 된 같은 기수 동료에 비해 재판 경험이 적다는 약점이 있는 데다 워낙 승진 문이 좁기 때문이다. 여상훈 서울가정법원장(사법연수원 13기), 윤성근 남부지방법원장(14기), 노정희 광주고법 부장판사(19기)는 재야 출신으로 고법 부장 자리에 오른 법관이다.

여 법원장은 판사로 재직하다 법복을 벗고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는 2001년 법원으로 돌아온 뒤 2008년 대전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1997년부터 채용된 경력 법관 중 처음으로 고법 부장이 됐다.

윤 법원장은 순수 변호사 출신 경력 법관 중 처음으로 고법 부장이 됐다. 그는 10년간 국제거래 전문 변호사로 활동한 뒤 1998년 인천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했다. 2009년 부산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해 2호 경력 법관 출신 고법 부장이 됐다.

노 부장판사는 판사로 재직하다 1995년 변호사 사무실을 열어 재야에서 뛰었다. 2001년 다시 법원에 돌아온 그는 지난 2월 광주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1990년 이후 임용된 변호사, 검사 등 재야 출신 경력 법관은 시·군법원 판사를 포함해 268명이다. 이 중 올해 정기인사에서 고법 부장으로 승진한 사법연수원 22기 출신 이상에 해당하는 일반 법관은 36명에 이른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