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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마지막, 공포 아닌 축복의 순간 돼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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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다잉 전도사' 윤영호 서울대 의대 연구부학장

    20여 년째 호스피스·완화의료
    국민본부 주도…"시스템 갖춰야"
    "진정한 사랑은 아름다운 마무리"
    "삶의 마지막, 공포 아닌 축복의 순간 돼야죠"
    중학교 1학년 때 누나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픔에 괴로워하다 사망한 누나와 곁에서 슬픔에 잠겼던 가족을 보며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서울대 의대에 진학했지만 정작 카데바(해부학 실습용 시신) 앞에 서면 누나의 시신이 떠올라 한동안 손조차 대지 못했다. 말기암과 같은 중증 질병으로 시한부 진단을 받은 환자들을 많이 만났다. 남은 날을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만 허비하는 사람들을 보며 ‘삶의 마지막을 치료하는 의사’가 됐다. ‘웰다잉(well dying) 전도사’로 잘 알려진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사진)다. 그는 현재 서울대 의대 연구부학장을 맡고 있다.

    20여년째 호스피스·완화의료에 종사해 온 윤 교수는 관련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로 손꼽힌다. “가족의 진정한 사랑은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함께 준비할 줄 아는 것”이라는 지론을 강조하는 윤 교수를 최근 서울 연건동 서울대 의대에서 만났다.

    윤 교수는 “나는 질병이 아니라 삶을 치료하는 의사”라며 “죽음은 전기 스위치가 꺼지듯 갑자기 어두워지는 게 아니라 삶이 진정 꽃피고 완성되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를 찾아오는 환자와 가족들은 병을 치료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죽는 순간까지 어떻게 삶을 보람차고 가치 있게 살 수 있을지 상담한다.

    우울과 분노에 가득 차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환자들에게 그는 “당신이 먼저 죽을지, 내가 먼저 죽을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고 말을 건넨다. 그 후 “거꾸로 생각해 보면 치료를 잘 받았으니까 지금까지 산 것이니 앞으로 남은 시간을 좀 더 알차게 보내는 것이 어떻겠냐”고 환자를 설득한다. 윤 교수는 “의미 있게 살아야 사람답게 죽을 수 있다”며 “최선을 희망하되 최악을 대비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죽는 날까지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언장과 가족 여행, 재산 분할과 장지 예약 등 가족과 함께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예고된 수명보다 오래 사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한국에선 ‘준비 없는 이별’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며 “죽음이란 단어 자체를 기피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호스피스와 완화의료 부문의 제도적 발전이 다른 나라보다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대전제는 불변의 진리이며, 결국 잘 산다는 건 잘 죽는다는 말과 같은 뜻”이라고 강조했다. 또 “병원에서 난치병 또는 불의의 사고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들은 자신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가족을 보며 더욱 힘들어한다”며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일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해당 환자의 가정은 파탄이 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발족한 ‘호스피스·완화의료 국민본부’ 출범을 주도한 이유도 환자들이 생의 마지막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법적 시스템을 정식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다. 이 본부는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과 성낙인 서울대 총장, 전윤철 전 감사원장(광주비엔날레 이사장),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윤평중 한신대 교수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윤 교수는 “국내에선 삶과 죽음을 대하는 진정한 자세에 대해 논하기도 전에 안락사, 연명치료 중단과 같은 쟁점 토론으로 휙 넘어가 버렸다”며 “누구든지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성심껏 살 수 있도록 각 병원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시설과 인력을 확충하고, 관련 교육도 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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