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화가 얀 마테이코의 ‘프스코프를 포위한 스테판 바토리 왕’.
폴란드 화가 얀 마테이코의 ‘프스코프를 포위한 스테판 바토리 왕’.
19세기 음악가 프레데리크 프랑수아 쇼팽(1810~1849)의 조국은 폴란드다. 하지만 러시아가 폴란드를 지배한 탓에 쇼팽은 생애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보냈다. 쇼팽은 열 살 때 폴란드 전통 춤곡인 마주르카를 처음 작곡한 이래 죽을 때까지 마주르카를 작곡하며 폴란드를 향한 사랑을 표현했다. 1830년 쇼팽이 직접 쓴 ‘마주르카 마장조 op.6 №3’ 악보는 폴란드의 국보급 문화재다.

쇼팽이 남긴 친필 악보를 비롯해 그의 예술혼이 느껴지는 유품과 흔적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5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하는 ‘폴란드, 천년의 예술’ 특별전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아담미츠키예비치문화원과 함께 전시를 기획했다.

마주르카 악보 앞에 서면 어른 손바닥만 한 작은 종이에 꼼꼼히 음표를 그린 쇼팽의 손길이 느껴진다. 쇼팽이 활동했을 때 악기인 플레옐피아노로 연주한 마주르카도 자동 재생된다. 쇼팽의 왼손을 본뜬 석고 캐스트, 쇼팽의 친구 테오필 크비아트코프스키가 그린 쇼팽의 모습 등 다양한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지동설을 주창한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1473~1543)도 폴란드를 대표하는 위인이다. 천체를 연구하던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이 태양과 행성의 움직임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의 이론은 1543년 출간한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코페르니쿠스의 원고 사본, 그가 천문 관측에 사용한 도구(아스트롤라베, 토르케툼) 모형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엔 폴란드 주요 박물관 19곳에서 빌려온 예술가들의 유품과 예술품 등 250여점이 출품됐다. 폴란드의 아시아지역 전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폴란드 국민화가 얀 마테이코의 대형 역사화 ‘프스코프를 포위한 스테판 바토리 왕’이다. 바르샤바 왕궁이 소장하고 있는 너비 6m, 높이 4m의 이 작품은 스테판 바토리 폴란드 왕이 1579년부터 3년간 러시아와 벌인 전쟁을 묘사했다. 갑옷에 대관식 망토를 걸치고 무릎에 칼을 올려놓은 모습이 당당하다.

제단화와 조각상도 중세미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15세기 교회 건축의 중심이던 제단 장식 조각과 성화, 아름다운 성모상들은 기독교 예술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20세기 초반 폴란드 미술계를 장악한 색채주의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색채주의는 정물화의 인기로 이어져 순수한 회화 작품들이 꽃을 피웠다. 전시 후반부는 1950~60년대 혁신적인 디자인을 시도한 것으로 평가받는 폴란드 포스터 예술이 장식한다. 20세기 후반 폴란드 예술은 ‘폴란드 포스터파’라는 디자이너들을 탄생시켰다. 전시는 오는 8월30일까지. 성인 1만3000원, 대학생 1만1000원.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