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무라 슈지 지음 / 김윤경 옮김 / 문수영 감수
비즈니스북스 / 248쪽 / 1만3000원
일반적인 CEO라면 단번에 ‘노(NO)’라고 말할 것이다.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그렇게 획기적인 아이템이라면 다른 대기업이나 연구기관에서 눈독을 들이지 않았을 리 없다. 그들이 실패하고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직원을 설득할 것이다. 좀 더 가시적인 목표를 세워서 회사에 기여하라고 독려할 것이다.
일본 도쿠시마현에서 직원 200여명을 데리고 일하던 오가와 노부오 전 니치아화학공업 회장은 그러지 않았다. 3억엔을 주며 한번 해보라고 했다. 고집 센 나카무라 슈지 연구원(현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이 전 세계를 뒤흔든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하게 된 첫 단추였다.
《끝까지 해내는 힘》은 청색 LED를 개발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탄 나카무라 슈지 교수의 자서전이다. 세상의 상식을 거부하면서 혼자서 끈기있게 연구에 매진해 개발에 성공한 입지전적 스토리를 담았다. 일본 지방대인 도쿠시마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평범한 샐러리맨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전 세계 연구기관과 기업이 1970년대 중반부터 개발 경쟁을 벌이던 ‘꿈의 조명’ 청색 LED를 개발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소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일반적 일본인의 상(像)과는 다른 인물이다. 남들이 안 된다고 하는 조언을 새겨듣지 않았다. 대기업 대신 중소기업에 취직해 연구개발에 매진하면서 설움도 많이 겪었다. 반도체 장비 회사에 카탈로그를 요청하면 응대도 해주지 않았다. 대기업처럼 풍족한 연구 예산을 받을 수 없어 장비를 직접 만들었다. 연구 환경은 열악했지만 꺾이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했다. 오히려 제반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LED 제조의 모든 과정을 익힐 수 있었고, 결국 청색 LED 개발로 이어졌다고 나카무라 교수는 회고한다.
당시 청색 LED 재료로는 셀렌화아연이 각광받고 있었지만 과감하게 질화갈륨을 택한 것도 그의 도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이 재료에는 반도체 재료에 필수적인 깨끗한 결정구조를 얻지 못한다는 치명적 결함이 있었다. 그는 직접 결정 증착 과정의 문제를 해결했다. 숱한 실패를 겪으며 기능공으로 입사한 건지, 석사학위를 받고 온 연구직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여기서 물러나면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개인사에 접목해 교훈을 얻을 수도 있지만 이 같은 인재를 키워내는 시스템에도 눈을 돌리게 해주는 책이다. 기업 경영자는 물론 교육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있는 이들이 읽으면 좋은 이유다. 창의적 인재는 명문대생이나 대기업 사원이 아니다. 모두가 안 된다고 말하는 분야에 뛰어들어 뚝심으로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인재다. 나카무라 교수는 이들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교육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설파한다. ‘스스로 믿는 자가 결국 모든 것을 얻는다’는 그의 신념은 기존 교육체제와 사회 시스템에서 나오지 않았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