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부산 출생 △1979년 서울대 조선공학과 졸업 △1981년 대우조선해양 입사 △1982~2000년 한국IBM 엔지니어링 솔루션사업부 본부장 △2000년 제이씨엔터테인먼트(JCE) 사장 △2014년 더하기북스 대표이사.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1955년 부산 출생 △1979년 서울대 조선공학과 졸업 △1981년 대우조선해양 입사 △1982~2000년 한국IBM 엔지니어링 솔루션사업부 본부장 △2000년 제이씨엔터테인먼트(JCE) 사장 △2014년 더하기북스 대표이사.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백일승 더하기북스 대표(61·사진)는 소프트웨어(SW) 전도사다. 벤처 1세대로 글로벌 기업 간 경쟁구도를 지켜봐온 그는 “SW 경쟁력 없이는 기업의 미래가 없다”고 강조한다. 최근 쓴 ‘소프트웨어(SW) 전쟁’에서 미국의 구글·애플·페이스북·트위터와 중국의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을 ‘제국 기업’으로 규정했다. SW를 바탕으로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SW 기업들이 과거 청왕조, 몽골제국, 로마제국보다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SW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한 전쟁은 이미 시작됐고 여기서 뒤지면 국가의 미래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확산시키는 데 힘쓰고 있다.

백 대표는 한국IBM에서 17년간 프로그래밍, 솔루션 비즈니스 업무를 맡았다. 이후 온라인 게임업체 조이시티(옛 JCE)를 창업해 히트작을 배출한 뒤 넥슨에 회사를 매각했다. 최근 들어 SW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백 대표는 “짧은 시간에 SW 인재를 키우려면 정부가 매년 2만명의 SW 개발자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주는 등 특단의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대에서 조선공학을 전공했는데 특이하게 SW 분야에서 주로 일했다.

“1981년 대학을 졸업한 뒤 대우조선해양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신입사원 시절 한 전시회에서 ‘워드프로세서’를 처음 접했는데 컴퓨터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 후 한국IBM으로 직장을 옮겼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전산시스템 구축 등 솔루션 관련 비즈니스를 맡았다. 1900년대 후반 인터넷이 확산되는 것을 보고 CD로 유통하던 게임 분야도 온라인 중심으로 바뀔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창업한 게 온라인 게임업체 JCE였다.”

▷‘제국 기업’이란 표현이 낯선데 글로벌 기업과 어떤 차이가 있나.

“과거 로마제국의 영향권 아래 있던 인구는 세계 전체의 9% 정도였다. 몽골제국은 25%, 대영제국은 20%였다. 하지만 구글의 영향권 아래 있는 사람은 65%, 페이스북의 영향권은 60%다. SW가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 어떤 제국보다 크다. 이들 기업은 세율이 유리한 국가에서 세금을 내면서 개별 국가와도 충돌하고 있다.”

▷SW 패권 전쟁을 미국과 중국의 대결로 보는 이유는.

“구글, 애플 등 미국 SW 기업이 약진하자 중국은 ‘중화(中華) 제국 기업’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해외 서비스를 차단하는 대신 13억 배후시장을 앞세워 SW 기업을 키우고 있다. 바이두와 웨이신, 알리바바 등은 중국에서 구글, 페이스북, 페이팔 등을 완벽하게 대체하고 있다.”

▷SW 개발자 10만 양병설을 주장했다.

“정부가 최근 벤처 창업자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벤처를 활성화하려면 SW 인력에게 병역특례를 확대하는 게 좋다. 매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2만명을 선발해 최우수 인력은 이스라엘의 탈피오트처럼 군(軍)에서 키우고 나머지는 중소기업, 벤처기업으로 보내 융합 역량을 높이도록 하자는 취지다. 5년이면 10만명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키울 수 있다. 게임업체를 보면 프로그래머 10명이 있으면 기획자, 디자이너, 운영자, 마케터 등 90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 단순 계산이긴 하지만 10만명의 우수 개발자를 키우면 1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대기업이 신입사원 선발 평가항목에 SW 능력을 포함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한국 기업 중 제국 기업에 가장 가까운 곳은 삼성전자다. 하지만 SW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SW 직군을 뽑을 때만 프로그래밍 능력을 보는데 전체 신입사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프로그래밍 능력을 영어처럼 검증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사회 분위기도 SW 개발 능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뀔 것이다. 최근 창업에 나선 사람 중 상당수는 회사를 알릴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조차 만들지 못해 외주를 주고 있다. 한 벤처캐피털업체는 이를 문제점이라고 보고 팀원 가운데 프로그래밍 역량을 갖춘 사람이 없으면 아예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책에서는 앞으로 5년을 SW 분야의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SW를 개발하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지만 가만히 있으면 인공지능, 로봇 등 SW 기술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SW를 생존 경쟁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전쟁은 이미 2000년부터 시작됐고 2020년이면 산업적으로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5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밀리면 죽는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는 로봇과 바이오, 사물인터넷(IoT) 시대고 이 분야의 핵심도 SW다. 인재들의 융합 역량을 키우기 위해 의대 등 다른 전공에서도 SW를 가르쳐야 한다. 바이오기업 테라노스를 창업한 서른 살의 여성 엘리자베스 홈스는 혈액 한 방울로 30여가지 검사를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회사가치를 100억달러로 키웠다. 이 기술의 핵심은 새로운 화학 기법이 아니라 SW를 이용해 분석을 혁신한 것이다. SW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한 인력이 많아지면 직장인과 대학생의 창업이 늘어나는 등 벤처 생태계도 탄탄해질 것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특별취재팀 김태훈 IT과학부 차장(팀장), 임근호(국제부), 오형주(지식사회부), 전설리·안정락·이호기·박병종·추가영(IT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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