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문사에 뭉칫돈…5년 만의 호황
투자자문사에 돈이 몰리고 있다. 실력파 자문사들의 일임·자문계약 수익률이 공·사모 펀드를 훌쩍 뛰어넘고 있어서다. 신생업체가 잇달아 생겨나면서 4~5년 전과 같은 ‘자문사 전성시대’가 다시 올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자문계약액 1년 새 두 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투자자문사 수탁액은 지난 3월 기준 34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0.2%(11조5000억원) 늘었다. 단순 종목추천 등 자문계약액은 더욱 급증했다. 작년 3월 9조6988억원에서 올 3월 18조2992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많아졌다. 국내 최대 자문사인 케이원의 이성훈 이사는 “자문사별로 특화된 영역을 구축한 곳이 많은 데다 운용 기법도 다양해지는 추세”라며 “기관투자가들이 주 고객이지만 ‘큰손’ 개인 고객도 많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개인들이 자문사에 맡길 수 있는 최저 한도는 1억~3억원이다.

자문사의 수익구조도 개선되고 있다. 2014회계연도(작년 4월~올해 3월)에 투자자문사 160곳이 올린 당기순이익은 863억원으로, 전년(254억원)보다 240% 증가했다. 지난해 194억원의 적자를 낸 중소형사(상위 10개사 뺀 나머지 자문사) 순이익은 1년 만에 367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주식형펀드에서만 8조원가량이 환매됐는데 자문사에 뭉칫돈이 몰리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남동준 전 삼성자산운용 본부장처럼 대표 펀드매니저들이 잇달아 자문사를 창업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에셋디자인·라임·쿼크 두각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떤 자문사가 잘하는 곳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금감원이 개별적인 수익률 공표를 막고 있는 데다 기준시점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문사 성적표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전년 순이익을 통해서다. 자문사 순이익은 고객 수익률이 높을수록 많아지는 구조다. 대개 1%의 선취수수료를 받지만 일정 목표 수익률을 넘기면 초과 수익에 대해 20% 안팎의 성공 보수를 떼는 식이다.

지난해 자산 대비 순이익을 많이 낸 자문사는 에셋디자인, 라임, 쿼크, 페트라, 타임폴리오, 트리니티, 파레토 등이다. 에셋디자인 관계자는 “1년 수익률이 31.3%로 높다 보니 일부는 차익 실현을 한 뒤 현금 비중을 높인 상태”라고 말했다.

문일수 쿼크투자자문 대표는 “2009년 창업한 뒤 연평균 20% 이상 수익을 내고 있다”고 했다. 이 회사는 컴퓨터 자동매매 기법을 활용한 시스템트레이딩 전문 자문사다.

페트라투자자문은 전체 자금의 40%를 해외에서 유치했다. 이 회사 용환석 대표는 “좋은 주식을 초기에 발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지수 대비 5%포인트 이상 초과 수익을 내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트리니티투자자문은 성장주와 중소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으로 지난 1년간 17.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서성열 트리니티 부사장은 “전체 자산에서 현금 비중을 30% 가까이 가져가면서 저가매수 전략을 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손실을 낸 자문사도 전체의 38.1%인 61곳에 달했다. 로버스트, 바로, 피데스, 포커스, 골드만삭스가 대표적이다.

조재길/허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