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공인(小工人) 육성에 제조업 미래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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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수의 80% 차지 동네공장
경제발전 이끈 뿌리산업 장인들
명품기술 자존심 되찾게 지원해야"
박성택 <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
경제발전 이끈 뿌리산업 장인들
명품기술 자존심 되찾게 지원해야"
박성택 <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
청계천, 황학동, 성수동, 문래동…. 서울에 살지 않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지명들이다. 이들 동네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예전에 속칭 ‘마치코바(町工場)’라 불리던 동네공장들이 밀집한 지역이란 점이다. 주로 봉제나 철공소 같은 소규모 공장들이다. 지금은 소규모 동네공장 집적지가 자취를 감추거나 쇠락해 가고 있다. 도심이 재개발되거나 세월에 밀려났기 때문이다.
40년 전 창신동과 청계천 뒷골목이 눈에 선하다. 복닥복닥 늘어선 봉제공장과 철공소에서 재봉틀을 돌리고 부품을 깎던 모습들이 그것이다. 그 시절 그 골목에서 만들어진 봉제공장의 옷들은 오늘날 한국을 수출대국으로 이끌었다. 철공소의 작은 부품은 대기업들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었다.
선반, 밀링, 도금 등 금속가공업체들이 1000개가 넘게 몰려있는 동네가 있다. 이곳에서는 업체대표와 기술자가 동일인인 경우가 많다. 이 동네의 장인들은 군사용 훈련미사일도 깎는다. 세상에 없는 그 어떤 시제품도 주문하면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곳은 최근 대통령도 방문한 서울의 문래동이다.
요즘은 이들을 마치코바라는 일본말 대신 ‘소공인(小工人)’이라 부른다. 소공인이란 근로자 10명 미만을 고용하고 있는 제조업자다. 한국 제조업체의 80%가 여기에 해당한다. 대략 29만5000개에 달하고, 90만명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에 소공인 집적지만 해도 340개가 넘는다. 식품, 기계·장비 등 19개 업종에 분포해 있어 제조업의 근간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소공인이 처한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창업세대의 고령화와 가업승계 단절이 현실화하고 있다. 한 분야에만 집중하다 보니 변화와 혁신에 둔감하다. 낡은 제조방식은 생산의 한계를 가져오거나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한다. 고숙련 기술인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대우가 낮은 점도 기술 중심의 명품장인 탄생을 저해한다. 도심 재개발이 확대되면서 소공인 집적지가 대안 없이 사라지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소공인 같은 고숙련 장인기업이 사라지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대학교수도 못 만드는 제품을 만드는 장인기업이 있어야 국가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보다 소공인이 밀집한 동네공장에서 경기가 먼저 살아나야 한다. 그래야 지역중심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중산층을 복원할 수 있다.
소공인 육성은 단순히 영세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소공인의 숙련된 기술을 바탕으로 전후방산업과의 연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물, 금형 등 ‘뿌리산업’이 튼튼해야 자동차나 전자산업의 경쟁력이 강해지는 이치다. 또 소공인 집적지 재생을 통해 도심을 재창조할 수도 있다. 공예소공인이 모여 만든 서울 북촌의 공방거리는 공예산업 발전은 물론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쇠락을 거듭하던 성수동이 명품 수제화의 부활과 함께 문화명소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도 그 예가 될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오래전부터 소공인 육성 법제화와 집적지 재창조, 명장(名匠) 지정 등을 정책대안으로 제시했다. 다행히 이들을 담아 낸 법이 지난달부터 시행됐다. ‘도심형 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그것이다. 이로써 ‘모노즈쿠리’의 일본, ‘마이스터제’의 독일, 장인정신의 이탈리아 등 소규모 제조업이 강한 국가대열에 한국도 동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제는 법에 기반한 제도들을 현장에 빠르게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소공인의 고숙련 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디지털 장인기업이 탄생하고, 이들이 제2의 한국제조업 부흥을 이끌기를 기대해 본다.
박성택 <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
40년 전 창신동과 청계천 뒷골목이 눈에 선하다. 복닥복닥 늘어선 봉제공장과 철공소에서 재봉틀을 돌리고 부품을 깎던 모습들이 그것이다. 그 시절 그 골목에서 만들어진 봉제공장의 옷들은 오늘날 한국을 수출대국으로 이끌었다. 철공소의 작은 부품은 대기업들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었다.
선반, 밀링, 도금 등 금속가공업체들이 1000개가 넘게 몰려있는 동네가 있다. 이곳에서는 업체대표와 기술자가 동일인인 경우가 많다. 이 동네의 장인들은 군사용 훈련미사일도 깎는다. 세상에 없는 그 어떤 시제품도 주문하면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곳은 최근 대통령도 방문한 서울의 문래동이다.
요즘은 이들을 마치코바라는 일본말 대신 ‘소공인(小工人)’이라 부른다. 소공인이란 근로자 10명 미만을 고용하고 있는 제조업자다. 한국 제조업체의 80%가 여기에 해당한다. 대략 29만5000개에 달하고, 90만명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에 소공인 집적지만 해도 340개가 넘는다. 식품, 기계·장비 등 19개 업종에 분포해 있어 제조업의 근간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소공인이 처한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창업세대의 고령화와 가업승계 단절이 현실화하고 있다. 한 분야에만 집중하다 보니 변화와 혁신에 둔감하다. 낡은 제조방식은 생산의 한계를 가져오거나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한다. 고숙련 기술인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대우가 낮은 점도 기술 중심의 명품장인 탄생을 저해한다. 도심 재개발이 확대되면서 소공인 집적지가 대안 없이 사라지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소공인 같은 고숙련 장인기업이 사라지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대학교수도 못 만드는 제품을 만드는 장인기업이 있어야 국가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보다 소공인이 밀집한 동네공장에서 경기가 먼저 살아나야 한다. 그래야 지역중심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중산층을 복원할 수 있다.
소공인 육성은 단순히 영세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소공인의 숙련된 기술을 바탕으로 전후방산업과의 연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물, 금형 등 ‘뿌리산업’이 튼튼해야 자동차나 전자산업의 경쟁력이 강해지는 이치다. 또 소공인 집적지 재생을 통해 도심을 재창조할 수도 있다. 공예소공인이 모여 만든 서울 북촌의 공방거리는 공예산업 발전은 물론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쇠락을 거듭하던 성수동이 명품 수제화의 부활과 함께 문화명소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도 그 예가 될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오래전부터 소공인 육성 법제화와 집적지 재창조, 명장(名匠) 지정 등을 정책대안으로 제시했다. 다행히 이들을 담아 낸 법이 지난달부터 시행됐다. ‘도심형 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그것이다. 이로써 ‘모노즈쿠리’의 일본, ‘마이스터제’의 독일, 장인정신의 이탈리아 등 소규모 제조업이 강한 국가대열에 한국도 동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제는 법에 기반한 제도들을 현장에 빠르게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소공인의 고숙련 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디지털 장인기업이 탄생하고, 이들이 제2의 한국제조업 부흥을 이끌기를 기대해 본다.
박성택 <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