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낮춘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당시 공표했던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목표가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동안 국제 약속이라며 과도한 감축목표를 고수하면서 기업이 입은 피해가 매우 컸다는 점을 생각하면 만시지탄이다.

정부의 정책 선회는 국제사회에 제출할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과 관련한 고민의 결과로 보인다.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를 8억5100만t으로 확정하고 네 가지 감축 시나리오(각각 14.7%, 19.2%, 25.7%, 31.3% 감축하는 안)를 검토하고 있다.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정부가 애초 정한 2020년 배출량보다는 많다. 그런 만큼 2020년 배출전망치와 감축목표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배출량이 배출전망치를 계속 초과해 정부로서도 더 이상 수치를 고집할 수 없는 처지다. 환경부는 ‘목표 후퇴금지 원칙’을 들먹이지만, 한국 같은 자율감축국이 아닌 의무감축국마저 후퇴하는 마당이다.

다른 나라는 철저히 달성가능 수준에서 2020년 이후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2025년까지 2005년 배출량 대비 26~28% 감축목표를 제시한 미국은 탄소배출이 석탄의 절반수준에 불과한 셰일가스 사용을 계산에 넣은 것이고,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25~30% 감축목표를 제시한 러시아는 2012년 배출량이 이미 1990년 대비 약 50% 감소한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그 외 일본이 내부 조율 중이라는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26% 감축’ 목표는 코펜하겐공약보다 후퇴한 것이며, 중국이 2030년을 전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는 늘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때까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없다는 얘기다.

하나같이 체면보다는 실리를 택한다. 정부가 이왕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수정한다면 위기의 경제상황과 산업계 현실을 충분히 감안해 결정하기 바란다. 업계도 현재 배출량부터 정확한 자료수집에 협조해야 한다. 기준이 정해지고 나서야 “그게 아닌데…”라고 볼멘소리를 해봤자 소용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