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노인연령 기준 높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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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각종 법령에서 65세로 돼 있는 노인의 기준을 70세로 높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대한노인회가 지난 5월 “노인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높이자”고 자체 결의하면서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 문제는 공론화되기 시작하자마자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고려해야 할 배경은 더욱 복잡하다. 우선 개개인이 생각하는 노인의 기준이 육체적·정신적으로 다르며 시기에 따라 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14 노인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연령 기준에 대해 ‘70세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78.3%로 10년 전인 2004년보다 9.8%포인트 높아졌다. 아울러 노인에 대한 이미지 변화와 경로우대 사상 등을 감안하면 큰 틀에서의 사회적 합의도 필요한 상황이다.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을 찬성하는 쪽에선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각종 복지사업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무턱대고 노인 기준을 높이면 부작용이 많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평생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수급에 의존하는 노인들에게 미칠 충격파가 클 것이란 이유다.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에 대해 김일순 한국골든에이지포럼 회장과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회장이 지상 토론을 벌였다.
찬성 / 고령화로 인구구조 큰 변화…젊은층 부담 줄이려면 높여야
고령층 생산성 높아져 현실 맞는 기준 필요
최근 대한노인회에서 노인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앞으로 국내 경제와 복지, 연금 등의 분야에서 발생할 여러 문제들을 예측하고 상당한 논의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하며 이에 대해 두 가지 이유로 찬성한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구조 불균형이 가속화되면서 앞으로 현재 20대와 그 이하의 연령대는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노인연령 기준을 높이자는 건 복지재정 혜택을 받고 있는 고령자 스스로가 양보하겠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것이 대한노인회의 제안에 찬성하는 첫 번째 이유다.
한국은 2~3년 후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4%가 되는 고령사회, 2028년이면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재 양적으로 가장 많은 연령대인 40대가 고령인구가 되는 25~30년 후면 전체 인구의 약 40%인 2000여만명이 고령인구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고령인구 증가로 인해 파생될 경제 및 사회문제는 그 규모가 너무 크고 심각해 전문가들도 과연 현명한 해결방안을 찾아낼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인구구조의 불균형 현상으로 나타날 문제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 그에 따른 쟁점 토론은 이미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노인 복지와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은퇴연령의 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 건강보험재정의 불안정, 지하철 무임승차 등에 대한 것이다. 모두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들이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얼마나 힘든지 우리는 이미 경험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들을 미리 해결하지 못해서 국가 부도 직전까지 가고, 국제 사회의 재정지원으로 겨우 지탱 중인 그리스가 대표적인 본보기다.
만일 고령자들이 자신들의 노후를 위해 복지와 연금, 은퇴연령을 현행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훗날 엄청난 비용 부담을 전가한다는 걸 의미한다. 노인복지와 연금문제 등의 정책방향을 선제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국가가 존립의 기로에 설 정도로 큰 재정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발생할 재정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현세대가 욕심을 버리고 후대의 부담을 줄여주는 수밖에 없다. 대한노인회가 노인연령 기준선을 높이자고 제안한 기본 바탕은 후대를 아끼는 마음이다. 노인연령 기준 상향에 찬성하는 두 번째 이유는 평균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빠르게 올라가면서 고령 인구의 건강상태가 크게 좋아졌고, 사회활동 및 업무의 생산성도 향상되고 있어 과거의 65세 기준은 현실적으로 전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연령을 넘었다고 노인이라 분류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불가능하다. 과거와 달리 60~80대 인구 중 상당수는 사회에서 더 이상 뒤안길로 사라져 가야 하는 연령대가 아니다. 노인으로 분류된 사람들은 자연히 위축되고 복지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여 본인의 불행은 물론 국가적으로 손실이 커진다. 70세도 노인이라 하기엔 낮은 연령 기준이라고 본다.
반대 / 노년층 복지안전망서 밀려나…더 큰 재정부담 뒤따를 수도
정책별로 연령대 차등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
2002년 1월 대한은퇴자협회 창립식에서 테스 켄자 미국은퇴자협회 회장은 “나이는 단지 숫자를 의미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 이 말은 국내에서 나이듦의 긍정적인 면을 뜻하는 말로 자주 쓰인다.
이제 한국에선 나이든 세대의 사회적 책임이 커지고 있고, 노년에 대한 정의도 새롭게 요구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노인회에서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안을 제시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노인연령 기준을 높임으로써 후대와 국가의 부담을 줄여 보자는 주장이다. 대한노인회가 대단히 어려운 결정을 했다. 일단 환영의 박수를 보낸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는 1950년 12월 총회에서 65세를 세계 각국의 고령화지표 기준으로 정했다. 이후 복지정책을 입안하거나 인구 관련 통계조사를 할 때 65세가 노인연령의 기준으로 정착됐다.
하지만 이 연령 기준은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나라마다 67세, 68세 등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 다만 일괄적으로 노인연령 기준을 높이는 게 아니라 정책 프로그램별로 나이를 맞춰 간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 정년을 65세에서 70세로 올렸다가 아예 나이 제한을 폐지했다.
노인연령 상향 조정은 언뜻 보면 좋은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젊은 세대의 부담을 오히려 늘리고, 국가 재정에 더 큰 짐을 얹게 되며 빈곤율을 더욱 상승시킨다. “고용률을 높이고 노년 일자리를 만들면 될 것”이라고 하지만 노동시장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연령 조정이 되면 당장 100만명에 이르는 노년층이 사회안전망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들이 택할 수 있는 건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거나 빈곤의 늪에 빠지는 길뿐이다.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려면 복잡한 심사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국가의 빈곤율은 사회안전망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의 65세 이상 평균소득 빈곤율은 13.5%다. 한국 노년층의 상대 빈곤율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2011년 45.1%에서 2013년 47.2%, 지난해엔 49.6%를 기록했다. 올해엔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국제 사회에서 늘 듣는 자살률 세계 1위, 빈곤율 1위 등은 이제 부끄럽다 못해 창피할 정도다.
유엔에선 66~79세를 중년으로, 80세부터 노년으로 표시한다. OECD에선 66~75세를 ‘젊은 노년’으로, 그 이상 연령대를 노년으로 명기하고 있다. 한국보다 약 두 배나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이나 선진국도 노인연령 기준을 바꿔 정책을 만들지는 않는다. 정책 프로그램별로 연령대를 차등 조정해 최대한 현실에 맞게 운영한다.
후대와 나라의 재정 부담을 덜어주고자 제안된 대한노인회의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 제안에 걱정이 앞서는 이유가 또 있다.
여당이 환영하고 정부가 뒤따르는 모양새가 정치권의 또 다른 ‘표퓰리즘(표를 생각한 정책)’이 아닌지 의문이다. 당장엔 달콤한 곶감 같아도 장기적으로 현실적 영향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을 찬성하는 쪽에선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각종 복지사업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무턱대고 노인 기준을 높이면 부작용이 많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평생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수급에 의존하는 노인들에게 미칠 충격파가 클 것이란 이유다.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에 대해 김일순 한국골든에이지포럼 회장과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회장이 지상 토론을 벌였다.
찬성 / 고령화로 인구구조 큰 변화…젊은층 부담 줄이려면 높여야
고령층 생산성 높아져 현실 맞는 기준 필요
최근 대한노인회에서 노인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앞으로 국내 경제와 복지, 연금 등의 분야에서 발생할 여러 문제들을 예측하고 상당한 논의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하며 이에 대해 두 가지 이유로 찬성한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구조 불균형이 가속화되면서 앞으로 현재 20대와 그 이하의 연령대는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노인연령 기준을 높이자는 건 복지재정 혜택을 받고 있는 고령자 스스로가 양보하겠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것이 대한노인회의 제안에 찬성하는 첫 번째 이유다.
한국은 2~3년 후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4%가 되는 고령사회, 2028년이면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재 양적으로 가장 많은 연령대인 40대가 고령인구가 되는 25~30년 후면 전체 인구의 약 40%인 2000여만명이 고령인구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고령인구 증가로 인해 파생될 경제 및 사회문제는 그 규모가 너무 크고 심각해 전문가들도 과연 현명한 해결방안을 찾아낼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인구구조의 불균형 현상으로 나타날 문제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 그에 따른 쟁점 토론은 이미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노인 복지와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은퇴연령의 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 건강보험재정의 불안정, 지하철 무임승차 등에 대한 것이다. 모두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들이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얼마나 힘든지 우리는 이미 경험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들을 미리 해결하지 못해서 국가 부도 직전까지 가고, 국제 사회의 재정지원으로 겨우 지탱 중인 그리스가 대표적인 본보기다.
만일 고령자들이 자신들의 노후를 위해 복지와 연금, 은퇴연령을 현행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훗날 엄청난 비용 부담을 전가한다는 걸 의미한다. 노인복지와 연금문제 등의 정책방향을 선제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국가가 존립의 기로에 설 정도로 큰 재정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발생할 재정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현세대가 욕심을 버리고 후대의 부담을 줄여주는 수밖에 없다. 대한노인회가 노인연령 기준선을 높이자고 제안한 기본 바탕은 후대를 아끼는 마음이다. 노인연령 기준 상향에 찬성하는 두 번째 이유는 평균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빠르게 올라가면서 고령 인구의 건강상태가 크게 좋아졌고, 사회활동 및 업무의 생산성도 향상되고 있어 과거의 65세 기준은 현실적으로 전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연령을 넘었다고 노인이라 분류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불가능하다. 과거와 달리 60~80대 인구 중 상당수는 사회에서 더 이상 뒤안길로 사라져 가야 하는 연령대가 아니다. 노인으로 분류된 사람들은 자연히 위축되고 복지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여 본인의 불행은 물론 국가적으로 손실이 커진다. 70세도 노인이라 하기엔 낮은 연령 기준이라고 본다.
반대 / 노년층 복지안전망서 밀려나…더 큰 재정부담 뒤따를 수도
정책별로 연령대 차등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
2002년 1월 대한은퇴자협회 창립식에서 테스 켄자 미국은퇴자협회 회장은 “나이는 단지 숫자를 의미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 이 말은 국내에서 나이듦의 긍정적인 면을 뜻하는 말로 자주 쓰인다.
이제 한국에선 나이든 세대의 사회적 책임이 커지고 있고, 노년에 대한 정의도 새롭게 요구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노인회에서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안을 제시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노인연령 기준을 높임으로써 후대와 국가의 부담을 줄여 보자는 주장이다. 대한노인회가 대단히 어려운 결정을 했다. 일단 환영의 박수를 보낸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는 1950년 12월 총회에서 65세를 세계 각국의 고령화지표 기준으로 정했다. 이후 복지정책을 입안하거나 인구 관련 통계조사를 할 때 65세가 노인연령의 기준으로 정착됐다.
하지만 이 연령 기준은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나라마다 67세, 68세 등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 다만 일괄적으로 노인연령 기준을 높이는 게 아니라 정책 프로그램별로 나이를 맞춰 간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 정년을 65세에서 70세로 올렸다가 아예 나이 제한을 폐지했다.
노인연령 상향 조정은 언뜻 보면 좋은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젊은 세대의 부담을 오히려 늘리고, 국가 재정에 더 큰 짐을 얹게 되며 빈곤율을 더욱 상승시킨다. “고용률을 높이고 노년 일자리를 만들면 될 것”이라고 하지만 노동시장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연령 조정이 되면 당장 100만명에 이르는 노년층이 사회안전망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들이 택할 수 있는 건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거나 빈곤의 늪에 빠지는 길뿐이다.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려면 복잡한 심사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국가의 빈곤율은 사회안전망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의 65세 이상 평균소득 빈곤율은 13.5%다. 한국 노년층의 상대 빈곤율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2011년 45.1%에서 2013년 47.2%, 지난해엔 49.6%를 기록했다. 올해엔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국제 사회에서 늘 듣는 자살률 세계 1위, 빈곤율 1위 등은 이제 부끄럽다 못해 창피할 정도다.
유엔에선 66~79세를 중년으로, 80세부터 노년으로 표시한다. OECD에선 66~75세를 ‘젊은 노년’으로, 그 이상 연령대를 노년으로 명기하고 있다. 한국보다 약 두 배나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이나 선진국도 노인연령 기준을 바꿔 정책을 만들지는 않는다. 정책 프로그램별로 연령대를 차등 조정해 최대한 현실에 맞게 운영한다.
후대와 나라의 재정 부담을 덜어주고자 제안된 대한노인회의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 제안에 걱정이 앞서는 이유가 또 있다.
여당이 환영하고 정부가 뒤따르는 모양새가 정치권의 또 다른 ‘표퓰리즘(표를 생각한 정책)’이 아닌지 의문이다. 당장엔 달콤한 곶감 같아도 장기적으로 현실적 영향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