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일부 슈퍼개미를 제외하면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은 올해도 ‘마이너스의 손’이었다. 개인이 사들이면 주가는 내렸고, 떠나면 줄줄이 올랐다.
개미 수익률 '영양실조'
◆개미 ‘나홀로 역주행’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9개가 지난해 연말 대비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최근 3년 내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현대자동차(7738억원)와 포스코(5804억원)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현대차는 올 들어 18.64%, 포스코는 16.88% 내렸다.

현대차의 경우 엔저 우려와 판매량 부진이 부각되며 하락세가 더 가팔라진 이달에만 3380억원어치에 이르는 개인 순매수가 몰렸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690억원, 기관은 1781억원어치를 처분했다. 자동차업종을 담당하는 한 연구원은 “주가 급락으로 물타기(매입한 주식 가격이 떨어질 때 추가 매수로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것)에 들어간 개인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이 대량으로 사들인 LG전자(4405억원) LG디스플레이(3253억원) 등 LG그룹 계열사와 대우조선해양(3317억원) 삼성중공업(2912억원) 등 조선주들도 모두 하락세다. 지난달 액면분할로 개인투자자들의 진입 문턱이 낮아진 아모레퍼시픽(4704억원)만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 중 유일하게 수익을 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연말 대비 74.5% 상승했지만 액면분할 이후로는 0.26% 하락했다.

반면 개인이 많이 판 종목들은 대부분 상승 곡선을 그렸다. 특히 정유, 화학주에 대한 판단이 크게 엇나갔다. 개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린 LG화학(43.65%) SK이노베이션(33.37%) 롯데케미칼(59.06%)은 유가 상승세를 타고 올해 3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SK이노베이션과 롯데케미칼은 올해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대량 매수한 종목이다.

◆안 먹히는 저가매수 전략

전문가들은 개인들이 손실을 내는 이유에 대해 자금력을 기반으로 장기투자 성향을 가진 외국인과 정보가 빠른 기관이 파는 물량을 받아내기 때문이라고 봤다. 기관투자가들은 주식을 매입하기 전에 해당 기업의 사업과 재무구조, 성장성 등을 두루 분석하는 데 비해 개인은 가격적인 요인을 우선시한다는 설명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시장분석팀장은 “개인들이 현대차나 포스코 주식을 많이 사들인 것은 낙폭이 큰 주식 위주로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반대로 매도 시점에서는 오르는 방향성에 주목하기보다는 단기 차익실현 욕구로 인해 앞서 팔고 나간다”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이나 기관은 보유 주식 가격이 올라도 가치에 비해 싸다고 판단되는 종목은 추가 매수에 나서지만 개인은 상승 초기에 매도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류승선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매수 시점과 매도 시점에 따라 수익률에 차이가 있는 만큼 무조건 개인이 투자를 잘못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저가매수하려는 성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정현/민지혜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