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극 꼴찌' 후아유, SNS 성적은 우등생
누군가 한밤중에 여학생을 교실로 불러낸 뒤 외로움의 공포를 맛보라면서 바깥에서 문을 걸어 잠근다. 다행히 야근하던 교사가 여학생을 발견해 구한 뒤 동료 남학생에게 여학생을 안전하게 귀가시키라고 지시한다. 선생이 CCTV를 자세히 살펴보니 범인은 다름 아닌 교생이다. 술자리에서 추궁하자 교생은 놀라운 사실을 고백한다. 그는 지난해 그 학교에서 숨진 ‘왕따’ 여학생의 언니다.

KBS2 TV의 여섯 번째 학교 시리즈 ‘후아유-학교2015’(극본 김민정, 연출 백상훈)는 독특한 드라마다. 미스터리와 학원물의 신선한 만남이라며 ‘한층 진화한 학원 드라마’를 내세우지만 이런 조합은 공포영화 ‘여고괴담’ 시리즈 등에서 많이 봤다.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왕따, 성적지상주의, 교권 실추, 마녀사냥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그대로 극에 녹여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겠다는 제작 의도도 대부분의 학원물과 다르지 않다.

‘후아유’가 기존 학원물과 다른 점은 콘텐츠가 아니라 그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에 있다. 월화극인 ‘후아유’의 시청률은 1회 3.8%(전국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에서 최근 방영된 12회 땐 7.0%까지 올랐다. 하지만 같은 시간대 지상파 방송 3사 중 꼴찌다. MBC TV의 ‘화정’, SBS의 ‘풍문으로 들었소’와 붙은 결과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주문형 비디오(VOD) 시장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후아유’는 10~20대가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SNS에서 같은 시간대 경쟁 드라마에 비해 인기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후아유’의 SNS 버즈량(특정 주제에 대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서 언급한 횟수)은 ‘화정’과 ‘풍문으로 들었소’에 비해 다섯 배가량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방송 날짜인 월·화요일 버즈량은 트위터 평균 8000여건, 페이스북 평균 25만건으로 집계됐다. ‘화정’과 ‘풍문으로 들었소’에 비해 최대 8배가량 많은 수치다.

‘후아유’ 시청층은 SNS 이벤트에 민감하게 반응해 SNS에 직접 관련 글을 작성하거나 공유하는 등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와 참여도가 다른 드라마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마 ‘본방 사수’ 인증샷을 보내면 김소현, 남주혁, 육성재 등 주인공들의 사인 대본을 주는 이벤트에 응모 건수가 2만건을 넘었다. VOD시장에서도 지난해 최고 인기작이었던 ‘무한도전’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버금갈 정도다.

이런 사례들은 10~20대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방식으로 소비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SNS로 시청 소감을 공유하거나 이벤트에 참여하고, ‘본방 사수’ 대신 VOD로 몰아서 본다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과연 언제까지 본방 시청률만으로 프로그램을 평가할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