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보국 활약상 소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5일 지금은 고인이 된 1세대 창업자 특유의 기업가 정신을 소개한 책을 내놨다. 제목은 ‘한강의 기적과 기업가 정신’이다. 월간조선 편집장 출신인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이 썼다. 고(故) 이병철 창업주 등 타계한 1세대 기업인들을 탐구했다. 김 편집장은 사업을 통해 국가에 보답한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을 한국 기업가 정신의 전형으로 정의했다. 이 때문에 정부와 기업 간 협업이 많았고 신뢰도 두터웠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박정희 대통령을 대표적 예로 들었다. 정 회장은 1960년대 초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소양강댐 건설 방식을 두고 댐 설계 전문가인 구보다 유타카 일본공영 회장과 설전을 벌였다.
구보다 회장은 소양강댐도 일본 댐들처럼 콘크리트와 철근을 이용해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소양강 주변에 흙과 모래, 자갈이 지천으로 널려 있으니 암석을 이용한 사력(砂礫)댐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맞섰다.
정 회장은 댐에 대해 문외한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박 대통령은 정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 결과 공사비를 30% 절감했고 더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오롱 창업주인 이원만 회장은 1963년 박정희 대통령을 설득해 서울 구로동 수출공업단지 건설을 이끌어냈다. 당시 이 회장은 “일본은 별 기술 없이 포크와 나이프를 수출해 연간 3억달러 이상 벌고 있다”며 “한국 근로자들의 손재주는 일본에 뒤지지 않으니 스테인리스를 잘 닦아 광택을 내면 된다”고 주장했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는 “우리도 머리 싸매고 땀 흘리면 남처럼 못 살 게 없다”고 강조했다.
기아자동차 창업주인 김철호 회장이 보여준 기업 간 신뢰도 한국 기업가 정신의 특이한 점으로 소개됐다. 김 회장은 1973년 국내 최초로 2.0L 가솔린 자동차 엔진을 국산화한 뒤 임원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주영 회장이 기아차 공장을 둘러보도록 허락했다. 김 회장은 “기업이란 주변의 모든 기업이 함께 발전해야 더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