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삼성물산에 ‘경영참여’를 선언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단기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차익실현을 목적으로 시장에 거짓된 메시지를 던져 주가를 올릴 경우 사기적 부정거래로 간주해 제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5일 “경영참여 의사가 없으면서 다른 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한 목적으로 경영참여를 선언한 뒤 주가가 올랐을 때 팔고 나가면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고가에 주식을 처분하기 위해 실제 의도와 다른 정보를 시장에 흘린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단기에 차익을 실현하는 것 자체보다는 당초 공개한 의도와 실제 행동이 달랐다는 걸 입증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004년 삼성물산 지분을 취득해 주가를 뒤흔들었던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는 불공정거래 혐의로 금감원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헤르메스는 당시 일반투자 목적으로 5% 지분을 취득한 뒤 수차례 언론인터뷰를 통해 삼성물산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후 주가가 오르자 인터뷰한 지 이틀 만에 주식을 매각해 292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금감원은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법원은 “인터뷰는 M&A의 원론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지 일반투자자를 속이기 위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엘리엇의 경우는 헤르메스와 다를 수 있다. 헤르메스는 보유목적을 ‘투자목적’이라고 밝힌 반면 엘리엇은 ‘경영참여’를 명시했기 때문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