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상속 플래너가 있나요?
우리 속담에 ‘부자가 삼대를 못 간다’는 말이 있다. 서양에도 ‘삼대 만에 셔츠 소매에서 셔츠 소매로(Shirtsleeves to shirtsleeves in three generations)’라는 비슷한 표현이 있다. 할아버지가 맨주먹에 셔츠 하나 입고 부(富)를 쌓았지만, 아버지나 손자 대에서 이를 대부분 소비하고 결국 셔츠 바람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의미다.

어렵게 일군 부가 삼대를 채 못 가는 이유는 대체로 상속 때문이다. 상속으로 인해 자산이 분할되는데다 상속세를 내면서 자산이 또 한 번 줄어든다. 여기에 후손들의 관리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줄어든 자산마저도 결국 지켜내지 못한다.

하지만 이제 부자가 삼대를 못 간다는 말도 옛말이 돼 가고 있다. ‘패밀리 오피스’라는 전문가 집단에 속한 상속 플래너들이 가문의 자산 관리, 상속·증여, 가업 승계, 세무 관리, 후계자 능력 계발 등을 장기간 종합 관리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패밀리 오피스는 17세기 후반 유럽 각국의 왕가나 귀족 가문을 대상으로 전문가들이 재무 조언을 하고 집사 역할을 수행한 게 시초다. 18세기에는 로스차일드 가문, 메디치 가문, 바르디 가문 등이 금융업을 시작하면서 전문적으로 가문 관리를 해줬다. 패밀리 오피스라는 말은 1882년 존 데이비슨 록펠러가 설립한 ‘록펠러 패밀리 오피스’에서 처음 등장했다. 처음에는 록펠러 가문의 자산만 관리하다가 지금은 다른 가문의 자산 관리까지 해주는 자문사로 발전했다.

한국의 금융회사들도 2010년부터 기존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와 차별화해 가문 전체의 재정적 자산, 사회적 자산, 인적 자산을 세대에 걸쳐 종합적이고 장기적으로 관리해 주는 서비스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패밀리 오피스에 소속된 상속 플래너들은 △금융 교육 △미술품 컨설팅 △상속 설계 △가족관계 관리 △재단 관리 △경영 컨설팅 △토지 관리 등 비(非)투자 부문에 대한 조언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상속 플랜을 세우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선뜻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면 패밀리 오피스를 통해 부를 관리·전승하는 방법을 모색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박지숭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