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조기 진정돼도 경제심리 위축…홍콩, 사스때 숙박·음식업 매출 35%↓"
최근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이 지역 사회 감염으로 확대될 경우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발생 당시의 홍콩처럼 경기가 크게 침체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스 때 홍콩 소비 4.7% 감소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8일 ‘최근 동향과 진단’ 보고서에서 메르스 3차 감염이 대규모로 확산되고 지역 사회 감염이 현실화되면 일상생활 공간에서도 병이 퍼져 경제활동의 제약이 한층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에서 배 연구원은 “이럴 경우 메르스 확산 기간도 길어져 경제적 충격이 특정 업종이 아니라 내수 서비스산업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9개월 동안 홍콩에서 사스가 발병했을 때 소비지출(2003년 2분기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4.7%나 감소했다. 같은 시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0.6% 끌어내렸다.

"메르스 조기 진정돼도 경제심리 위축…홍콩, 사스때 숙박·음식업 매출 35%↓"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2003년 2분기 홍콩의 ‘숙박 및 음식점업’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5.1% 줄었다. 또 제조업(-14.0%), 도매업 및 소매업(-10.4%), 운송업 및 보관업(-9.9%), 건설업(-6.7%) 등도 사스 영향을 크게 받았다.

배 연구원은 “한국을 찾던 중화권 관광객들이 최근 엔저로 발길을 일본으로 돌리는 상황에서 과거 사스 경험 때문에 한국을 더욱 멀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외국 관광객에서 중화권이 차지한 비중은 51.0%에 달해 국내 관광업계는 물론 중화권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백화점, 면세점, 화장품, 호텔 등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분석됐다.

◆장기화되면 생산 위축도 우려

보고서는 메르스 확산이 더욱 장기화되고 사망자가 증가할 경우 전체 산업의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체적으로 휴업 또는 부분 조업이 일상화되고 투자도 유보돼 생산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배 연구원은 “외국에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거부 현상까지 나타나면 국내 수출 기업들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메르스가 조기에 진압되더라도 최소 1분기 정도는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다. 국내 경제의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적어도 다음달까지 기준금리를 내리고 정부는 재정의 조기 집행은 물론 재정 지출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배 연구원은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놓쳐 살아나던 경기가 다시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중견기업 최고경영자 대상 강연회에서 메르스 확산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그는 “소비와 투자 심리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메르스 확산을 막고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해 가용 인력과 필요한 예산을 적기에 충분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