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KCC 손잡고 우호지분 최소 20% 확보…국민연금 선택이 변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삼성물산 합병 주총 표대결 구도는
KCC, 백기사로 나서며 삼성물산 자사주 의결권 부활
엘리엇 우호지분은 7%대…동조세력 규합에 총력
삼성사장단, 주주 설득나서…최치훈 사장, 홍콩서 설명회
KCC, 백기사로 나서며 삼성물산 자사주 의결권 부활
엘리엇 우호지분은 7%대…동조세력 규합에 총력
삼성사장단, 주주 설득나서…최치훈 사장, 홍콩서 설명회
삼성물산이 자사주 5.76%를 KCC에 넘기기로 한 것은 다음달 1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자사주는 원래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제3자에 매각하면 의결권이 부활한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대하며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에 대한 현물배당까지 요구하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정면 대결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합병 안건, 표 대결 구도는
KCC를 우군으로 확보함에 따라 삼성은 일단 표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삼성 측 대주주 지분 13.99% 외에 KCC의 5.99%를 더해 19.98%를 우호지분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KCC는 지난 8일 0.2%를 장내 매수하는 등 기존에 0.23%의 주식을 보유 중이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합병이나 정관 변경은 주총 특별 결의사항이다. 참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안건 통과가 가능하다. 삼성으로선 우선 엘리엇이 합병을 무산시킬 수 있는 ‘절대 지분’인 33.4%(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막는 게 급선무다.
엘리엇 외에 0.35% 주식을 보유한 네덜란드 연기금이 합병 반대 의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소액주주(0.4%)도 인터넷 카페를 통해 엘리엇에 의결권을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10일 국내 자산운용사 8곳에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합병에 반대하라”고 권고했다. 해외 기관투자가들에 영향력이 큰 미국 의결권 자문기관 ISS는 다음달 초 권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관건은 국민연금(9.98%), 일성신약(2.05%) 등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주주들이다. 엘리엇을 제외한 외국인 지분이 26%가량에 달하고 소액주주 지분도 34%나 된다. 삼성물산은 우선 2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찬성을 이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연금이 국내 기관투자가들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다. 외국인 주주들과도 접촉을 확대하고 있다. 블랙록, 싱가포르투자청 등이 삼성물산 주식을 일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최근 홍콩을 방문해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또 이날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제일모직과 합병을 결의할 때 일부러 삼성물산 주가가 낮은 시점을 골랐다’는 엘리엇 측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그동안 시장 일각에선 1 대 0.35로 정해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결정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준으로 보면 제일모직은 4배에 육박하는 반면 삼성물산은 1배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합병이 결정되는 바람에 삼성물산 주주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논리다.
삼성물산은 “PBR이 1 미만인 것은 수년간의 건설경기 침체와 업황 회복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다른 건설사들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현물배당 안건도 쟁점
삼성물산은 합병 안건 외에 엘리엇의 주주제안도 주총에 올리기로 했다. 엘리엇의 주주제안은 두 가지다.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14조원 규모의 계열사 지분을 현물배당하라는 요구와 현재 이사회 결의로만 가능한 중간배당을 주총에서 결의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꿔달라는 요구다.
삼성은 엘리엇의 주주제안이 논란의 소지가 많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국내 상장사 중 보유지분을 현물배당한 사례는 없다. 보유지분을 현물배당하면 기업가치가 하락해 채권자들과 마찰을 빚을 소지가 있다. 중간배당을 주총에서 정하는 것도 전례가 거의 없다.
삼성은 엘리엇이 합병 반대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총 안건으로 올리지 않으면 엘리엇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달 말 주총 안건을 확정하기 위해 임시 이사회를 다시 열 예정이다. 이들 안건 역시 주총 특별 결의사항이다. 만약 삼성이 합병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우호지분을 확보한다면 이들 안건에 대한 표 대결에서도 손쉽게 승리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
◆KCC가 백기사로 나선 이유는
삼성물산의 백기사(우호세력)로 나선 KCC의 행보도 관심이다. 건축자재업체인 KCC는 2011년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옛 에버랜드(현 제일모직) 지분을 매입한 뒤 4년째 삼성과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KCC는 현재 제일모직 지분 10.18%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합병 비율대로 합병이 진행되면 통합 삼성물산(제일모직+삼성물산) 지분 8.96%를 보유하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합병 후 16.5%)에 이어 단일주주로는 2대주주다. 삼성 측은 “KCC에서 먼저 자사주 매입 제안이 왔다”며 “내부에서 찬반양론이 있었지만 이사회는 자사주 매각이 장기적인 주주이익 제고에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주용석/남윤선/김희경 기자 hohoboy@hankyung.com
KCC를 우군으로 확보함에 따라 삼성은 일단 표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삼성 측 대주주 지분 13.99% 외에 KCC의 5.99%를 더해 19.98%를 우호지분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KCC는 지난 8일 0.2%를 장내 매수하는 등 기존에 0.23%의 주식을 보유 중이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합병이나 정관 변경은 주총 특별 결의사항이다. 참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안건 통과가 가능하다. 삼성으로선 우선 엘리엇이 합병을 무산시킬 수 있는 ‘절대 지분’인 33.4%(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막는 게 급선무다.
엘리엇 외에 0.35% 주식을 보유한 네덜란드 연기금이 합병 반대 의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소액주주(0.4%)도 인터넷 카페를 통해 엘리엇에 의결권을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10일 국내 자산운용사 8곳에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합병에 반대하라”고 권고했다. 해외 기관투자가들에 영향력이 큰 미국 의결권 자문기관 ISS는 다음달 초 권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관건은 국민연금(9.98%), 일성신약(2.05%) 등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주주들이다. 엘리엇을 제외한 외국인 지분이 26%가량에 달하고 소액주주 지분도 34%나 된다. 삼성물산은 우선 2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찬성을 이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연금이 국내 기관투자가들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다. 외국인 주주들과도 접촉을 확대하고 있다. 블랙록, 싱가포르투자청 등이 삼성물산 주식을 일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최근 홍콩을 방문해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또 이날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제일모직과 합병을 결의할 때 일부러 삼성물산 주가가 낮은 시점을 골랐다’는 엘리엇 측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그동안 시장 일각에선 1 대 0.35로 정해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결정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준으로 보면 제일모직은 4배에 육박하는 반면 삼성물산은 1배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합병이 결정되는 바람에 삼성물산 주주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논리다.
삼성물산은 “PBR이 1 미만인 것은 수년간의 건설경기 침체와 업황 회복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다른 건설사들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현물배당 안건도 쟁점
삼성물산은 합병 안건 외에 엘리엇의 주주제안도 주총에 올리기로 했다. 엘리엇의 주주제안은 두 가지다.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14조원 규모의 계열사 지분을 현물배당하라는 요구와 현재 이사회 결의로만 가능한 중간배당을 주총에서 결의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꿔달라는 요구다.
삼성은 엘리엇의 주주제안이 논란의 소지가 많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국내 상장사 중 보유지분을 현물배당한 사례는 없다. 보유지분을 현물배당하면 기업가치가 하락해 채권자들과 마찰을 빚을 소지가 있다. 중간배당을 주총에서 정하는 것도 전례가 거의 없다.
삼성은 엘리엇이 합병 반대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총 안건으로 올리지 않으면 엘리엇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달 말 주총 안건을 확정하기 위해 임시 이사회를 다시 열 예정이다. 이들 안건 역시 주총 특별 결의사항이다. 만약 삼성이 합병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우호지분을 확보한다면 이들 안건에 대한 표 대결에서도 손쉽게 승리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
◆KCC가 백기사로 나선 이유는
삼성물산의 백기사(우호세력)로 나선 KCC의 행보도 관심이다. 건축자재업체인 KCC는 2011년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옛 에버랜드(현 제일모직) 지분을 매입한 뒤 4년째 삼성과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KCC는 현재 제일모직 지분 10.18%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합병 비율대로 합병이 진행되면 통합 삼성물산(제일모직+삼성물산) 지분 8.96%를 보유하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합병 후 16.5%)에 이어 단일주주로는 2대주주다. 삼성 측은 “KCC에서 먼저 자사주 매입 제안이 왔다”며 “내부에서 찬반양론이 있었지만 이사회는 자사주 매각이 장기적인 주주이익 제고에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주용석/남윤선/김희경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