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사랑은 떠나가도 명작은 영원히
1936년 스페인 내전에서 머리에 총탄을 맞고 쓰러지는 병사를 포착한 로버트 카파의 사진 ‘병사의 죽음’은 불후의 명작으로 남아 있다. 줌 렌즈가 없던 시절, 종군기자인 카파는 총탄이 빗발치는 현장으로 다가가 사진을 찍었다.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라’는 카파이즘이란 사진 철학을 남긴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진실을 포착했다.

카파가 목숨을 내놓고 무모하게 도전할 수 있던 배경에는 그가 진정 사랑한 여성 최초의 종군기자 게르다 타로가 있었다. 타로는 카파와 함께 전장을 누비다 먼저 숨졌다. 카파도 세기의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먼의 구애를 뿌리치고, 타로의 넋이 있는 전장에서 총탄을 맞고 마흔 살에 숨졌다.

《명작에게 사랑을 묻다》는 폴 고갱, 레프 톨스토이, 앨프리드 히치콕, 클로드 모네, 베르톨트 브레히트, 이사도라 덩컨, 찰리 채플린, 조르주 상드, 윌리엄 셰익스피어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 25명의 삶과 그들이 남긴 명작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불후의 명작을 만든 이들의 창작혼은 어디서 어떻게 불타올랐을까. 그들만의 ‘뮤즈’(그리스신화에서 학예·시가·음악·무용을 관장하는 아홉 여신의 하나)를 만나 작품의 영감을 얻기도 하고, 고흐처럼 영혼을 침잠하는 절대 고독 속에서 명작이 나오기도 했다.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은 당대의 여걸 조르주 상드를 기다리다 나온 명곡이다. 저자는 “다양한 삶의 여정 속에서 작가가 자신의 자취를 영혼의 언어로 남기려는 바로 그 욕구에서 명작이 탄생한다”고 설명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