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배지 달고 동네 지키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들
“유도를 했던 경험을 살려 강력범죄자를 잡는 부서에서 근무하고 싶습니다.”

올해 경찰공무원 무도(武道) 특별채용에 합격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유도 동메달리스트 정경미 선수(30)의 소감이다.

경찰은 11일 태권도와 유도, 검도 3개 종목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순경 특채 최종합격자 50명(태권도 25명, 유도 15명, 검도 10명)을 발표했다. 특히 이 가운데 정 선수를 비롯해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임수정 선수와 제15회 검도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 김완수 선수 등 국제대회 메달리스트 20명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순경 무도 특채 실시는 2004년 이후 11년 만이다. 경찰청은 “강인하고 당당한 공권력 집행으로 현장 경찰관의 사건 대응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 메달리스트들을 경찰관으로 특별채용해 최종 합격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특채 경쟁률은 무도인들의 뜨거운 관심만큼이나 높았다. 세 종목 평균 경쟁률은 9.8 대 1이었다. 태권도가 11.8 대 1로 가장 높았으며 유도가 9.0 대 1, 검도는 5.9 대 1이었다. 특히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딴 선수 45명이 지원해 20명이 최종 합격자 명단에 올랐다.

태권도 부문에선 임수정 선수와 함께 김주영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허준녕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등 9명이 합격했다. 유도에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최용신 선수와 김형주 선수 등 9명, 검도에선 김완수 선수와 함께 제15회 검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땄던 김태현 선수가 경찰관으로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이들이 딴 총 메달 개수는 금메달 21개와 은메달 14개, 동메달 13개 등 총 48개에 이른다.

정 선수는 “올초 선수생활을 접고 앞으로 할 일을 찾던 중 무도 특채 소식을 듣고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선수의 은사는 도하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인 강신영 경사다. 강 경사는 2003년 경찰특공대로 경찰에 입문해 경찰교육원 체육학과 교수 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정 선수가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당시 코치 겸 트레이너였고, 과거 아시안게임을 2연패한 남자 유도 중량급의 간판스타 황희태 선수도 이번 무도 특채에 합격해 사제가 경찰 동기로 입사하게 됐다.

최종 합격자들은 오는 8월15일부터 중앙경찰학교에서 34주간 기본교육을 받고, 약 1년간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근무한 뒤 조직폭력범이나 강력사범 검거 등 수사부서에 배치된다. 정 선수는 “소통을 잘하는 경찰,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잘 기울이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