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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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같은 사치품시장은 경제학의 기본 원리인 ‘수요공급의 법칙’이 잘 들어맞지 않는 영역이다. 대신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뜻의 ‘베블런 효과’가 이 시장을 잘 설명하는 이론이다.

베블런 효과는 가격이 오르는데도 과시욕이나 허영심 때문에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사회평론가인 소스타인 베블런이 ‘유한계급론’에서 창안한 이론이다. 1899년 펴낸 이 책에서 베블런은 “상층 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자각 없이 행해진다”고 분석했다. 베블런은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면서 상류층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고,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치를 일삼는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이론은 ‘과시’ 목적의 수요가 많은 명품시장에 잘 맞아떨어진다. 명품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이런 성향을 감안해 일부러 높은 가격을 매기는 고가전략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해외 원정쇼핑이 크게 늘고, 인터넷을 통한 가격 정보 공유가 활성화되면서 평준화 전략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유럽에서 명품 백을 구입한 뒤 해외 인터넷 중고시장에서 웃돈을 붙여 팔거나 공식 판매망을 통하지 않는 병행수입 등의 ‘회색시장’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샤넬 패션부문 사장은 지난 4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지역별 가격 차를 10% 이내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같은 물건은 같은 가격에 판매된다는 ‘1물1가의 법칙’까지는 아니더라도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전략을 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장 클로드 비버 태그호이어 사장도 “앞으로도 많은 브랜드가 전 세계에서 가격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