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파마 ‘제로엑스’, 비만치료제시장 석권한 이유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6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다이어트를 떠올리는 시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위해 식이요법과 운동을 계획하지만, 최근 의료계에서는 비만에 대한 인식 개선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만도 질병’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식이요법과 과도한 운동으로 건강을 해치기보다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꼭 맞는 체계적인 치료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금까지 비만치료제 시장은 전통적으로 식욕억제제와 지방흡수억제제로 양분돼있었다. 2001년 대표적인 식욕억제제 성분인 시부트라민 제제(상품명 리덕틸)와 지방흡수억제제 성분인 오르리스타트 제제(상품명 제니칼)가 국내 출시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중 식욕억제제는 대부분 향정신성으로 단기체중감량효과는 뛰어나지만 4주 이내 단기복용만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한다는 점과 독성·의존성으로 인한 부작용 때문에 제한적 처방 위주로만 판매됐다. 반면 지방흡수억제제는 지질분해효소 저해 기전을 보유함으로써 지방이 체내에 흡수되지 못하고 대변으로 배설되어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 아울러 기존 비만치료제와 다르게 약 성분이 체내에 남지 않고 장내에서만 작용한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시장을 양분해오던 시부트라민 성분의 ‘리덕틸’이 심혈관계 부작용 등의 문제로 2010년 시장에서 퇴출된 이후로 비만치료제의 안전성 문제는 지속적으로 대두되어 왔다. 이후 재편된 시장에서 안정성 측면의 승자는 오르리스타트 성분이었다.

오르리스타트 성분은 199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질분해효소 저해제(lipase inhibitor)로 승인한 최초 약물이며, 장기 복용 시 안전성도 인증 받았다. 이후 국내에서도 비만치료 적응증을 획득했다. 최근 다양한 오르리스타트 제품이 비만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제네릭(복제약)이 오리지널을 앞질러 눈길을 끌고 있다.

콜마파마의 ‘제로엑스’가 대표적이다. ‘제로엑스’는 최초의 ‘제니칼’ 제네릭으로 시장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특히 지난해에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177% 증가, 점유율을 두배 가량 넓혔다. 현재 처방 비중은 40%에 달해 시장 1위다.

‘제로엑스’가 단기간에 비만치료제 시장을 석권한 배경에는 오르리스타트 성분의 안전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리지널인 ‘제니칼’은 시장에 출시된지 올해로 15년째, 최초의 제네릭인 ‘제로엑스’는 7년째를 맞이했다. 실제로 전세계적으로도 이 성분의 부작용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2010년 5월간 손상 위험성이 보고되었으나 중증 간 손상 사례는 10년간 약 4000만명의 사용자 중 단 13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역시 오르리스타트 성분에 의한 부작용이라는 인과관계는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국내 제네릭 시판의 경우에도 6년간 중증 간 손상 부작용 사례는 한 차례도 보고되지 않았다.

한 비만클리닉 전문의는 “오르리스타트 성분은 오랜 기간 큰 논란 없이 시판되어온 만큼 비만치료제로서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약”이라며 “지방흡수억제제는 비만치료 약물 중 장기처방이 가능한 유일한 제품이지만 반드시 의사의 처방과 관리를 거쳐 개인의 건강 상태를 확인 후 무분별한 복용은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