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스타트업 키운 삼성 '원스톱 창업 지원'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에그핀의 김혁 사장은 지난해 유아용 스마트폰 케이스를 개발하겠다는 창업 아이디어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아이디어를 어떤 방법으로 실현해 사업화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삼성이 지원하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내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C-랩’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고민이 해결됐다. 센터의 도움으로 15차례 이상 시제품을 만들어보고, 전문가로부터 멘토링을 받으며 마침내 제품 개발에 성공해 다음달 양산을 앞두고 있다. 김 사장은 “내년 1분기쯤 매출이 본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활짝 웃었다.

삼성과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1, 12일 이틀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에그핀처럼 C-랩 1기 과정을 수료한 16개 기업에 대한 성과발표회를 진행했다.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중 보육기업의 성과를 한 데 모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삼성은 전했다.

C-랩은 삼성이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 마련한 실리콘밸리식 원스톱 창업 지원 시스템이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손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1 대 1 멘토링부터 창업 공간·설비·자금 제공, 투자자 유치, 해외 진출까지 지원한다. C-랩 1기는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간 운영됐다.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8개 창업팀이 선발돼 중도 포기한 2개 기업을 제외한 16개 기업이 창업 및 사업화에 성공했다.

이들 기업은 C-랩을 통해 대구센터 내 입주공간을 확보하고 삼성전자·제일모직 직원들의 멘토링, 시제품 제작, 기술 개발, 기업운영 실무 교육 등을 받았다. 또 삼성과 대구시가 조성한 C-펀드로 각 기업별 2000만원을 지원받고 다양한 투자 유치 기회를 얻어 총 10억6000만원의 투자를 진행했다. 현재 16개 기업 모두 법인 설립을 완료했다. 6개월 전까지만 해도 혼자 힘으로 어려웠던 일이 실현돼 희망이 생겼다는 게 참여자들의 반응이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해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것에서부터 해외 진출까지 창업 및 사업화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지원한 게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C-랩 1기 스타트업인 이대공의 이대공 사장은 C-랩을 통해 탈부착 가능한 조립식 백팩을 출시했다. 삼성전자, 제일모직 직원들의 멘토링이 큰 도움을 줬다고 이 사장은 말했다. 다음달에는 TV 드라마에 소품을 협찬하고 한류를 활용해 중국,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과 혁신센터는 C-랩 1기 수료 16개 기업에 대해 향후 전문가 멘토링을 계속 지원하기로 했다. 이 중 우수 업체에 대해 2억원 규모의 후속 투자를 진행, 5개 내외 업체를 대상으로 경북대 테크노파크와 연계해 입주 공간도 제공할 계획이다. C-랩 2기는 다음달 2일부터 6개월간 운영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