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대전혁신센터는 창의성 꽃피우는 독특한 구조"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키워가도록 돕는 정부와 민간 기업의 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의 불렌트 굴테킨 교수(오른쪽)와 사미르 누르모하메드 교수(왼쪽)는 지난 1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인터뷰를 하고 이같이 말했다. 굴테킨 교수 등 와튼스쿨 교수진 6명은 지난 6일부터 8박9일의 일정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네이버 등을 찾은 데 이어 한국의 벤처기업 육성모델을 연구하기 위해 SK그룹이 지원하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둘러봤다.

작년 10월 출범한 대전센터에는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5000여명이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왔지만 학문적 연구를 목적으로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와튼스쿨 교수진은 지난 10일 대전센터를 둘러봤다. SK 측은 이번 방문은 와튼스쿨이 센터 측에 제안해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와튼스쿨 교수진은 정부와 대기업이 함께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는 창조경제 정책이 한국의 초기 산업화 모델과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굴테킨 교수는 “정부 주도로 경제발전을 이룬 한국이 정부와 대기업의 협업으로 벤처 육성에 나선 배경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며 “이번 한국 방문에서 얻은 생생하고 유익한 교훈을 MBA 수업에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와튼스쿨 교수진은 민관 협력으로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창조센터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누르모하메드 교수는 “정부 대기업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학생들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서 협업을 통해 창의성이 발현되도록 하는 독특한 구조를 갖췄다”며 “(창의력을 키우는) 거대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창조센터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한국을 아시아 벤처 중심지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내놨다. 굴테킨 교수는 “해외의 재능 있는 인재와 창의적인 기술을 끌어들이면 창의적인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벤처 생태계 기반을 갖추고 있는 창조센터 등의 문호를 해외에 개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영국은 런던에 벤처지원센터를 확충한 결과 유럽의 창업 중심지로 발돋움했다”며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연구설비 등이 잘 갖춰진 한국이 문호를 개방하면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굴테킨 교수와 누르모하메드 교수는 인상 깊었던 기업으로 네이버와 CJ E&M을 꼽았다. 누르모하메드 교수는 “대부분 국가에서 검색시장은 구글이 독주하고 있는데 한국에선 네이버가 한국인들이 원하고 찾는 것에 특화한 검색 서비스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굴테킨 교수는 CJ E&M의 한류 문화 성공 사례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 문화를 앞세워 일본 중국 등 해외 영화시장을 뚫은 것은 주목할 만한 소프트 파워”라며 “세계적인 한류 열풍은 앞으로도 한국의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