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지난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업 구조조정 등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지난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업 구조조정 등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65)은 “우리가 해양플랜트, LNG선, 특수선, 그리고 앞으로 진출해야 할 크루즈선박 등에 집중한다면 적어도 30년은 더 조선해양 분야를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지난 10일 서울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취임 첫 인터뷰를 하고 “역사적인 흐름을 보면 조선산업의 주도권이 언젠가는 중국으로 넘어가겠지만 우리가 끝까지 주도해야 할 분야를 쥐고 있으면 문제될 게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 사장은 지난달 29일 대우조선해양 사장에 공식 취임했다. 2001~2006년 대우조선 사장을 두 번 지낸 뒤 9년 만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당시 그는 취임 1년 만에 회사를 워크아웃에서 조기 졸업시키는 등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올해도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상태가 크게 악화돼 그가 어떻게 ‘구원투수’ 역할을 할지 업계에서는 관심이 크다. 정 사장은 이날 “조선사는 시장 수요를 창출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흐름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가 관건”이라면서도 “임기가 끝나는 3년 내에 대우조선해양 주가를 지금보다 4배로 올리겠다”고 자신했다.

◆해양·첨단·특수선·크루즈로 주도권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주력 사업분야로 해양플랜트 액화천연가스(LNG)선 특수선 크루즈선박 등을 꼽았다. 그는 먼저 해양플랜트사업에 대해 비중은 줄이겠지만 지속해야 할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복귀할 때까지는 내부적으로 사업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며 “지금 대우조선해양의 사업비중은 해양 50%, 상선 40%, 특수선 10% 구조지만 내년엔 해양 30%, 상선 60%, 특수선 10%로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첨단 선박 및 특수선과 관련해서는 “LNG 선박과 대형 컨테이너선 같은 첨단 선박의 수요가 지속되기 때문에 연구개발(R&D)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며 “전투함과 잠수함 같은 특수선도 우리가 집중할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크루즈선박에 대해서는 “10년 안에 진출해 차세대 먹거리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크루즈선 전문 조선사인 STX프랑스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인수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STX프랑스는 이익을 내고 있고, 2020년까지 일감을 확보한 건실한 회사”라고 덧붙였다.

◆“인적쇄신·불필요한 사업 정리한다”

정 사장은 최근 조선업황이 부진한 데 대해 “조선산업은 소비 유도가 불가능하고 시장도 전 세계 단일시장이라 도망갈 방법이 없다”면서도 “시장흐름에 얼마나 적응하는지가 결국 조선사의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인 ‘적응’ 방법에 대해 “내부적으로 비용을 줄이고 우리의 주력이 아닌 사업에 손을 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사장은 조선과 해양에 도움을 주거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은 유지하고 그렇지 않은 사업은 매각 등을 통해 정리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골프장사업 등은 가까운 시일 내에 매각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건설에 대해서는 “과거 해양플랜트 건설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인수했는데 결국 아파트를 짓는 일반 건설업체가 됐다”면서도 “당초 목적에 맞게 체질전환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몇 명을 줄인다는 구조조정보다 조직의 군살을 빼고 정예화하는 인적쇄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안 좋은 결과를 냈을 때 책임은 임원이 져야 한다는 게 나의 경영원칙”이라며 “임원진에는 이미 책임을 물었고 앞으로 일반 직원을 정예화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지난 1일 전무급 이상에 대한 인사를 연말까지 보류하기로 했다.

◆수익 위주 경영…“주가 4배 올리겠다”

정 사장은 앞으로 매출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해양플랜트부문에서 매출을 올리기 위해 적자를 감내하고 수주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과감히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또 해양플랜트사업을 진행하면서 발생한 잠재부실이 실적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다른 조선사들이 해양분야에서 큰 부실이 발생했는데 우리만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반영해야 할 손실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실사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임기(3년)를 마친 뒤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묻자 “주가가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라고 했다. 정 사장은 “1년 전에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샀는데 지금은 반 토막이 났다”며 “임기가 끝날 때쯤에는 2배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은 외환위기와 그룹(대우그룹) 해체, 워크아웃 등 많은 어려움을 극복했다”며 “우리 직원에겐 어려움을 극복하는 DNA가 있기 때문에 지금의 위기 역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