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뭄에도…수자원 74% 흘려버리는 대한민국
올 들어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중부 내륙지역을 중심으로 가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의 식수원인 소양강댐과 충주댐이 역대 최저 수위에 근접하면서 식수원 고갈까지 우려된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서울 경기 강원 등 중부지방의 누적 강수량은 최근 30년 평년치의 60%에도 못 미치는 153.3㎜로, 전국 단위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세 번째로 적었다. 14일 중부지방에 10㎜가량의 비가 내리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이달 말까지 많은 양의 비가 내리지 않으면 수도권 생활용수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게 한국수자원공사의 설명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수자원총량 1297억㎥ 중 활용할 수 있는 수자원은 26%인 333억㎥에 불과하다. 70% 이상의 물이 활용되지 못한 채 바다로 흘러가거나 증발된다는 뜻이다. 평상시 물을 저장하는 댐용수는 전체 수자원의 15%에 불과한 180억㎥에 그친다. 7~8월 장마 때 연간 강수량의 70%가 집중되는 수요·공급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은 댐 인프라 확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수자원량이 한국보다 많은 일본은 2000년부터 230여개의 다목적댐을 건설했다. 매년 가뭄이 되풀이되지만 환경단체의 반발과 정부의 소극적 자세로 2000년 이후 한국에서 건설된 댐은 세 개에 불과하다.

2000년 이후 댐 건설 3개 불과

국내 20개 다목적댐 중 17개의 댐이 2000년 이전에 건설됐다. 환경파괴 논란이 불거진 2000년 이후 건설된 댐은 낙동강 군위댐을 비롯해 3개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갈등 사례가 임진강 유역의 한탄강댐과 군남댐 건설이다. 연천 파주 등 경기 북부지역에 수년째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경기도는 올초 기존 군남·한탄강댐에 홍수조절뿐 아니라 가뭄 조절기능까지 추가해 달라고 수자원공사에 건의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댐의 담수화로 인해 두루미 서식처가 파괴되고 잦은 안개가 끼면서 일조량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두 댐을 둘러싼 갈등은 이미 12년 전에 불거졌다. 2003년 당시 두 댐의 건설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반발로 극심한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정부가 두 댐을 홍수조절용으로 국한해 댐 규모를 줄여 건설하면서 지난 10년간 경기 북부지역의 극심한 가뭄 피해가 불거졌다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야당과 환경단체의 반발로 사실상 보류된 4대강 지천사업도 마찬가지다. 한강 영산강 금강 낙동강 등 4대강에는 16개의 보(洑)가 설치되면서 총 7억2000만㎥의 추가 수자원이 확보됐다. 보가 완공된 2011년 이후 4대강 유역은 계속되는 가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설명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중립적 인사로 구성된 4대강 사업조사평가위원회도 지난해 말 “4대강 사업은 가뭄에 대비한 물 확보 측면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4대강 지천은 상황이 다르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확보된 추가 수자원의 혜택이 인근 본류 지역에만 돌아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환경파괴 및 수질 악화를 주장하는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지천사업은 아직까지 막혀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