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수출의 주역 한빛회] LCD패널 1000개 깨뜨려가며 R&D 집중…토비스, 곡선형 모니터로 '승승장구'
세계적인 슬롯머신 제조업체들은 색다른 모니터를 쓰는 경우가 많다. 물결처럼 화면이 휜 곡선형 모니터다. 이 모니터를 개발해 세계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한 기업이 있다. 김용범 대표가 이끄는 토비스다.

토비스는 2009년부터 500억원을 들여 카지노용 곡선형 모니터를 개발했다. 이 제품을 IGT, 발리, WMS 등 대표 슬롯머신 제조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이를 통해 토비스는 지난해 하반기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김 대표는 “화면을 보면서 편리하게 터치할 수 있도록 곡선으로 제품을 만든 것이 시장에서 통했다”고 말했다.

토비스는 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차별화 전략을 펼쳤다. 가로와 세로 비율이 4 대 3, 16 대 9인 기존 모니터로는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대표는 고객이 원하는 규격에 맞춰 공급하는 ‘비규격 주문형 LCD(ASLCD) 제품’과 터치패널을 만들었다. 이를 완성하기 위해 1000개가 넘는 LCD 패널을 깨뜨리기도 했다.

틈새시장 진출에 성공하면서 2008년 수출 2억달러에 그쳤던 토비스는 지난해 4억달러를 달성했다. 그리고 ‘2014년 한국을 빛낸 올해의 무역인’ 상을 받았다. 이 상은 수출에 기여한 기업인 가운데 매달 두 명씩 뽑는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 수상자 중 공로가 가장 큰 기업인에게 돌아간다. 매출도 급증했다. 2006년 269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609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 산업용 모니터 시장의 성장은 정체되고 있다. 카지노용 모니터 시장은 올해 18%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과는 별개로 토비스는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LCM(액정표시장치 모듈)의 크기를 확대하거나 해상도를 높이는 등 성능 향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며 “중국시장 중심의 수출에서 유럽과 미국 등으로 수출시장 다변화를 모색하고 사업 다각화도 추진하고 있어 실적이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