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신설된 우리은행 미래기업영업본부는 ‘메기’로 불린다. 기업영업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기업 대상 여·수신 영업은 지역별로 나뉘지만, 미래기업영업본부는 전국을 대상으로 뛴다. 기업 고객을 끌어올 수 있다고 판단되는 곳이면 영역을 가리지 않고 어디든 달려간다.

우리은행의 한 임원은 “(미래기업영업본부는) 기존 영업점에 위기의식을 일깨우자는 취지에서 만든 별동대”라며 “일선 영업부서에서 포기한 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하면 해당 지역 직원들로선 난처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우리·국민·신한은행, 찾아가는 '별동대 영업' 강화
○은행창구 대신 밖에서 뛰어라

은행들이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는 ‘아웃바운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저금리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영업점에 앉아만 있어서는 버틸 재간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은행마다 아웃바운드 영업에 나서는 추세다.

대표적인 게 우리은행 미래기업영업본부다. 지난해 3월 신설된 이 조직은 지난달 말까지 1년2개월간 157개 신규 기업을 유치했다. 대출 자산만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성과가 좋다 보니 11명이던 인원도 최근 30명으로 늘었다. 우리은행은 이 조직을 통해 올해 말까지 200개 기업을 신규 고객으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미래기업영업본부의 특징은 보험설계사처럼 잠재고객을 찾아 밖으로 뛴다는 데 있다. 전국의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뛰다 보니 지난해 3월 출범 이후 1인당 영업차량의 주행거리가 10만㎞를 넘을 정도다. 정현택 미래기업영업본부 지점장은 “우리은행과 거래가 없던 기업을 찾아가 문전박대당하는 경우도 많지만 적어도 10번 전화하고 10번 찾아가면 만나준다”고 말했다.

○신규 고객 발굴에 총력

다른 은행들도 아웃바운드 영업을 속속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2월부터 전국 주요 개인사업자를 전담하는 ‘리테일 RM(기업고객전담역)’ 제도를 만들었다. 초창기 277명이던 리테일 RM은 최근 459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지역별 주요 개인사업자를 찾아가 고객으로 유치한다.

외부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퇴직자, 임금피크제 대상자 등을 활용하는 은행도 있다. 전북은행은 대전지역 기업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다른 은행에서 퇴직한 영업전문가 12명을 RM으로 채용했다. 전북은행은 이들에게 대전은 물론, 세종과 천안·아산까지 영업을 맡겼다. 전북 지역에 이렇다 할 기업이 없는 데다 인구가 줄고 고령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이 관심을 덜 갖는 사각지대인 대전을 주요 공략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국민은행도 이르면 다음달부터 임금피크제 대상자(만 55세 이상)에게 외부영업 직무를 맡길 예정이다. 임금피크제 대상자 중 희망자를 뽑아 일선 영업현장에 배치하고, 고객 유치 등 성과를 내면 기본급의 최대 200%를 인센티브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은행들이 아웃바운드 영업을 강화하는 건 저금리 기조로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선 영업점 창구에 앉아 소비자를 기다리는 기존 영업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은행들의 판단이다. 최근 아웃바운드 영업의 최대 격전지는 중소기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다른 은행들이 기존 고객을 뺏어가는 경우도 종종 생기고 있다”며 “찾아가는 영업을 통해 신규 기업을 유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신영/박한신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