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의 후속대책 마련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의원입법 발의가 줄을 잇고 있다. 보건당국 및 전문가들과 사전 협의나 공청회도 거치지 않고 발의해 졸속 입법에 따른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15일 국회의안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첫 확진환자가 발생한 뒤 발의된 메르스 관련 법안은 14건이다.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격리된 사람들의 생활 보호, 확진자의 이동 경로와 접촉자 공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14개 법안은 병원 설립과 예방 등을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을 필요로 하지만 모두 비용추계서를 첨부하지 않았다.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보다 사건만 터지면 법안을 내고 보자는 ‘한건식 졸속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구성한 메르스대책 특별위원회를 통한 논의도 거치지 않았다. 법안 가운데 비슷한 내용이 적지 않아 의원들이 메르스를 이용해 실적을 쌓기 위한 ‘입법 마케팅’에 나섰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보건복지부 한 관계자는 “메르스 같은 전염병의 경우 정부 보건당국 위주의 대응이 시급한데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도 거치지 않고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문제”라며 “졸속 입안된 법안들이 정부 정책의 혼선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2009년 신종플루가 확산했을 때도 관련 입법이 대거 발의됐지만 사태가 진정되고 국회 회기가 바뀌자 무더기로 폐기됐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